한국경제를 바라보는 국민들에게 공포감이 확산되고 있다. 모든 경제 지표가 추락하고 있는 가운데 실물 경제를 체감하는 경제활동 참여 계층에서는 이러다 큰일 나지 않겠느냐는 걱정이 번지고 있다. 제조업 일자리가 사라지면서 실업의 공포가 전 세대에 확산되고 있고, 구직을 포기한 청년들의 체념으로 사회는 심각한 무기력 증세에 빠져 있다. 시장에서 속속 퇴출당하는 자영업자들은 경제활동의 마지막 퇴로마저 닫히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경제에 빨간 신호가 켜졌다. 단적으로 일자리가 늘어나지 않는다. 통계가 이를 일관되게 보여준다. 정부가 급하게 5만9천개의 일자리 같지 않은 일자리를 만들어야 할 지경에 이르렀다. 대신 한국경제를 지탱하던 산업의 사양화 속도는 급격하다. 조선, 철강이 무너진데 이어 자동차도 산업 생태계 붕괴를 걱정할 상황이다. 반도체 산업도 디스플레이 제조업의 경쟁력이 떨어지고, 반도체 자체의 경쟁력도 중국의 추월은 시간문제라는 것이 시장의 전망이다. 외국 자본의 한국 이탈은 한국경제의 침체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증시는 패닉 상태다.

고용, 산업, 자본이 모두 빨간 신호에 걸려 정체된 상황에서 파란 신호를 예고하는 노란 신호마저 들어올 기미가 없으니 더욱 큰 일이다. 대통령이 금융분야의 4차산업 활성화를 강조하며 적기조례 폐지를 강조했지만 여당은 오불관언이다. 미래 먹거리를 위한 규제개혁과 기존 산업 활성화를 위한 노동유연성 개혁은 전혀 진전이 없다. 원격진료는커녕 제주 영리병원은 무산될 위기고 합법적 카풀 산업은 택시 노동자의 반발로 시간을 까먹고 있다. 현대자동차의 광주형 일자리는 노조에 막혀 불발 직전이고, 조업철에 인력을 집중시키겠다는 제조업체의 하소연은 자본의 횡포라는 비난에 맥을 못춘다.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지난 25일 국정감사에서 미래 성장동력 발굴을 위한 규제개혁에 진전이 없다는 지적에 "그것이 지금 우리 현실이고 실력"이라고 자조적인 답변을 했다. 경제부총리의 답변은 대안 없이 현실 경제의 파탄에 직면한 한국 경제의 위기를 시인한 것이다. 정말이면 공포스러운 상황이다. 한가하게 소득주도성장이 맞네 안맞네를 논할 때가 아니다. 꺼져가는 경제동력을 회생시킬 비상경제체제를 가동시켜야 한다. 대통령은 이미 파탄난 일자리를 상황판에서 점검할 게 아니라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비상기구를 신설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