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내 대권후보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와 재보선, 대선을 앞두고 당내 분란의 소지를 미연에 없애기 위해 물밑 접촉을 통해 출마예상자들의 사전 교통정리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 대선의 전초전 성격으로 치러질 6월 지방선거의 경우 서울과 부산, 대구, 경북, 경남 등 인기지역을 희망하는 후보들이 우후죽순처럼 늘어나고 있고 내년 8월께로 예상되는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도 20명 안팎에 달하는 대규모가 될 것으로 예상돼 사전 정지의 필요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정치적 비중이 높은 서울과 부산시장 선거는 이미 후보난립 현상을 보이고 있고 이런 상황을 계속 방치할 경우 자칫 내년 대선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판단도 작용한 듯하다.
뿐만 아니라 대권과 당권 분리, 김용환 의원 입당에 따른 당내 2인자경쟁, 내년 전당대회에서의 총재 및 부총재 경선, 국회의장단 후보 내정 등의 문제까지 겹쳐 내홍의 불씨가 살아있는게 사실이다.
한 당직자는 2일 “러시아·핀란드 방문을 마친 이총재가 이제는 내부 가지치기에 돌입한 것 같다”면서 “당장 6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광역·기초단체장 후보부터 정리해 나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이에 따라 당헌상 내년 6월 중순까지 치르도록 돼있는 정기 전당대회와 지방선거 후보 공천 시기를 앞당기는 방안을 신중히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