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1일 '여호와의 증인' 신도 등을 포함해 종교적·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해 병역법 위반으로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하는 등 새로운 판례를 제시했다.
앞서 지난 6월 헌법재판소가 병역법의 처벌조항에 합헌 결정을 내리면서 '대체복무 도입'과의 관련성을 화두로 삼았다면, 대법원의 이날 판결은 현재 처벌 조항이 '대체복무제 도입과 무관하게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볼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됨에 따라 더욱 진보된 결정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날 현역병 입영을 거부했다가 병역법 위반 등으로 기소된 '여호와의 증인' 신도 오모(34)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깨고 사건을 무죄 취지로 창원지법 형사항소부에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김명수 대법원장과 대법관 12명 중 8명은 "진정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라면, 이는 병역법 88조 제1항의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특히 대체복무제 도입 문제와 양심적 병역거부의 처벌 여부가 '별개'라는 판단을 별도로 제시했다.
다수의견을 낸 대법관들은 "양심적 병역거부를 정당한 사유로 인정할 것인지는 대체복무제의 존부와 논리 필연적 관계에 있지 않다"며 "현재 대체복무제가 마련돼 있지 않다거나 향후 도입될 가능성이 있더라도 피고인에게 정당한 사유가 인정된다면 처벌할 수 없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대법원의 판단은 지난 6월 헌재가 병역의 종류에 대체복무제를 규정하지 않은 병역법 조항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처벌 조항과 관련해 내놓은 일종의 '권고 의견'에 대해 선을 긋는 것 같은 모양새다.
헌재 결정 당시 처벌 조항에 합헌 의견을 낸 강일원·서기석 재판관은 "대체복무제가 규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처벌하는 것은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해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고 헌법에 위반되므로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봐야 한다"며 "병역종류 조항에 헌법불합치 결정이 선고되면 법원도 더는 처벌 조항에 따라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처벌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힌 바 있다.
처벌 여부가 아닌 처벌 조항의 위헌 여부를 심리한 만큼, 이는 '대체복무제가 없다 보니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이 소집에 응하지 않아 처벌받게 되는 것이지, 처벌 조항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는 판단으로 요약된다.
이에 반해 이날 대법원의 판결은 처벌 여부에 초점을 맞춰 '대체복무제가 있든 없든 진정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라면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므로 처벌되지 않는다'는 판단을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
다수의견을 낸 대법관들은 "대체복무제는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했을 때 제기될 병역의무의 형평성 문제를 해소하는 방안에 불과하다"고 판결했다.
/송수은기자 sueun2@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