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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영 대법관이 1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자신의 퇴임식에서 퇴임사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대법원이 "병역거부자를 현행법에 따라 처벌해야 한다"는 판단이 지난 2004년 12명에서 올해 4명으로 크게 줄어든, 소수의견으로 전락했다.

김명수 대법원장 등 대법관 12명 중 8명은 1일 '여호와의 증인' 등 종교적·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해 병역법 위반으로 처벌할 수 없다고 최종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다.

김명수 대법원장 등 다수 대법관이 "종교적·양심적 병역거부가 정당한 병역거부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에 대해 소수 대법관들은 자신의 의사를 굽히지 않고 있다.

반대의견을 낸 김소영·조희대·박상옥·이기택 대법관은 특히 다수 대법관이 무죄 선고의 핵심 근거로 댄 '소극적 양심실현의 자유'에 대한 절대적 보호 필요성은 논리 비약이라고 꼬집었다.

종교·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이 각자 당면한 병역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건 일종의 소극적 양심실현 행위인데, 이를 무조건 제한할 수 없다고 보는 건 지나친 해석이라는 입장이다.

김소영 대법관 등은 "(종교·양심적 병역거부는) 소극적 부작위(특정한 행위를 하지 않는 것)이지만 자신의 양심을 외부로 실현하는 행위이므로 국가안전보장과 국방의 의무 실현을 위해 제한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러한 제한이 양심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이거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소극적 부작위에 의한 양심실현의 자유에 대해 처벌을 가하는 것 자체를 마치 위헌, 위법인 것처럼 해석하는 것은 논리적 비약"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기존 법리를 변경해야 할 만한 명백한 규범적, 현실적 변화도 없는 상황에서 (무죄를 인정한) 다수의 견해는 병역의무의 형평성에 대한 국민의 기대에 크게 벗어나는 것으로 갈등과 혼란을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국회가 대체복무제 도입을 통해 종교·양심적 병역거부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점에서 성급하게 무죄를 인정해 혼란만 가중했다는 질책도 나왔다.

김소영·이기택 대법관은 "종교적 신념에 따른 병역거부는 헌법상 양심의 자유의 문제가 아니라 대체복무제 도입 등을 통해 해결할 국가정책의 문제"라며 "헌법재판소의 결정으로 사실상 위헌성을 띤 현행 병역법 조항을 적용해 서둘러 판단할 것이 아니라, 대체복무를 포함하는 국회의 개선 입법을 기다려 해결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병역거부자의 양심이 진정한 것인지는 형사재판에서 밝혀질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입장도 내놨다.

김소영·이기택 대법관은 "대한민국 남성이 입영처분을 받는 19세까지 학교생활 외에 양심에 관해 외부로 드러낼 사항이 무엇이 있을지 생각하기 어렵다"며 "양심이 진정한 지는 형사 절차에서 증명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조희대·박상옥 대법관은 아예 다수의견이 헌법에 위배되고 법리에도 맞지 않은 판단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양심이나 종교적 신념 등을 이유로 병역의무를 거부하는 자'에 객관적으로 입증하기 어려운 '양심적 병역거부'를 포함해 무죄선고를 가능하게 하는 해석론은 헌법에 위배되고 법리에도 맞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특히 "확립된 헌법 이론에 따른 합리적 논증과 근거 제시 없이 상대적 다수라는 이유만으로 우리 헌법제정권자의 결단을 폄훼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우려했다.

다수의견이 집총거부 등을 종교적 신념으로 삼는 특정 종교에 특혜를 주는 것이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조희대·박상옥 대법관은 "다수의견이 예를 들어 종교적 양심에 의한 병역거부의 경우에 적용될 것으로 제시하고 있는 요소들은 특정 종교의 독실한 신도인지를 가려내는 기준이 될 수 있을 뿐이지 양심적 병역거부자인지를 가려내는 기준이 될 수는 없다"며 "특정 종교에 특혜를 주는 결과로 양심과 종교의 자유 보장의 한계를 벗어나고 정교분리원칙에 위배된다"고 질타했다.

/송수은기자 sueun2@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