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조직원 "전화개통 해주면 돈"
유령법인 33개·대포폰 860개 제공
10억 챙겨… 제작자·직원 등 입건
"시나리오 취재를 하다 보니 돈이 되겠다 싶어서…."
보이스피싱을 소재로 한 영화를 만들기 위해 중국 조직원들을 상대로 취재를 하던 40대 영화 제작자가 실제 범행에 가담, 10억여원을 챙겼다 경찰에 붙잡히는 영화 같은 사건이 발생했다.
자신이 제작한 영화로 40만 관객을 동원한 바 있는 영화사 대표 강모(44)씨는 영화를 위해 지난 2012년부터 실제 중국 보이스피싱 7개 조직의 조직원들을 만나 취재를 시작했다.
그러다 한 조직원으로부터 "콜 센터에서 사용할 전화기를 개통해 중국으로 보내주면 돈을 준다"는 솔깃한 이야기를 듣는다.
이에 강씨는 지난해 6월부터 최근까지 유령법인·사업자 33개를 개설, 대포폰 860여개를 개통해 중국 보이스피싱 조직에 공급하고 10억여원을 챙겼다.
영화사 직원 이모(35·구속)씨, 유사 범죄로 구속된 전력이 있는 박모(33)씨를 시켜 "'070' 인터넷 전화를 개통해주면 대출해주겠다"며 유령법인 명의자를 모집, 법인을 설립하게 한 뒤 전화기를 개통했고, 더 나아가 국내에서 '070'번호로 걸려오는 전화보다 '1577'나 '1566'으로 시작하는 이른바 8자리 전화, '전국대표번호'가 좀 더 신뢰성이 있다는 판단에서 발신번호변경까지 했다.
강씨 등은 '070'번호 5개로 발신할 때 수신자에게는 8자리 대표번호 1개가 찍히도록 세트로 묶어 중국 조직에 공급하고, 세트당 300만원씩 받아 챙긴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올해 초 보이스피싱 범죄 수사 중 특정번호가 유령법인 명의로 개설된 사실에 착안, 사기 및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등 혐의로 강씨와 조직원 4명을 구속하고 이들의 범행을 도운 직원 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또 이들에게 유령법인 명의를 제공한 채모(57)씨 등 12명을 공정증서원본 등 부실기재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김영래기자 yrk@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