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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지난 6월 22일 오후 울산포항고속도로 범서제2터널에서 불에 탄 화물차 앞에 소화기들이 나뒹구는 모습. /연합뉴스

그동안 7인승 이상에만 설치하던 차량용 소화기를 앞으로는 모든 차량에 설치해야 하며, 소화기 설치위치도 규정된다.

국민권익위원회와 소방청은 이같은 내용을 담은 자동차 화재 대비 안전관리 강화방안을 마련해 국토교통부와 경찰청, 17개 시·도 등에 지난 1일 권고했다.

소방청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12년부터 올해 7월까지 3만784건 차량 화재가 발생했다. 하루 평균 13건 차량 화재가 발생하는 셈으로, 이 중 5인승 차량 화재가 47.1%를 차지했다.

그러나 현행 규정에는 소화기 설치의무가 7인승 이상으로 돼 있다. 이 때문에 5인승 차량에서 화재가 발생해도 초기 대응을 못 해 대부분 전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11인승 미만 차량은 소화기를 어디에 설치해야 하는지 명시적 규정이 없다. 7인승 이상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등은 트렁크 바닥 하단이나 측면에 소화기가 설치돼 화재 발생 때 신속하게 사용하기가 어렵다는 지적이 있었다.

승차정원 36인 이상인 시내버스나 고속·관광버스 경우에도 소화기가 운전석 바로 뒤 승객 좌석 밑이나 차량 맨 뒷좌석 넘어 화물칸에 설치돼 역시 바로 사용하기가 쉽지 않다.

자동차 신규·정기 검사 때 검사원이 설치 여부를 확인해 설치되지 않은 경우 운전자에게 시정 권고를 하도록 규정돼 있지만, 이행강제력이 없어 형식적으로 운영됐다는 지적도 있다.

차량 소화기 비치 의무에 대한 인식도 부족하다. 권익위가 국민생각함(idea.epeple.go.kr)에서 7월 설문조사한 결과 조사에 응한 차량 운전자 206명 중 65.6%가 자신의 차량에 소화기가 설치돼 있는지를 몰랐고 65.0%는 설치의무가 있다는 사실도 몰랐다(65.0%)고 답했다.

이에 따라 권익위와 소방청은 현행 승차정원 7인 이상 차량의 소화기 설치 의무를 5인승을 포함한 모든 승용차로 확대하기로 했다.

또 승용차에는 운전자가 손을 뻗으면 닿을 수 있는 위치에, 승합차는 운전석 부근과 동승자가 사용하기 쉬운 위치에 소화기를 설치하도록 했다. 소방청 형식승인을 받은 다양한 차량용 소화기 설치도 허용된다.

버스 등 사업용 자동차는 정기검사 때 소화기 설치 여부와 상태 점검을 하도록 했다. 사업자가 시정 권고 사항을 이행하지 않으면 과태료 및 과징금 부과, 개선 명령 등 행정처분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운전면허 신규 취득자의 교통안전교육과 승객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여객운수종사자를 대상으로 한 교육 때 '차량화재 예방 및 대처 방법' 과목도 신설된다.

소방청 관계자는 "모든 차량에 차량용 소화기가 설치되면 엔진룸 화재 뿐 아니라 담뱃재 등으로 인한 차량 내부 화재에도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다"면서 "다른 차량 화재 발생 때도 주변 차량 운전자들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 있어 효과가 클 것"이라고 기대했다.

/디지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