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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력근로제 확대. 사진은 문재인 대통령이 5일 청와대에서 열린 여야 5당 원내대표들과 함께한 여·야·정 상설협의체 첫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원내대표가 지난 5일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에서 합의한 탄력근로제 확대 적용은 노동시간 단축으로 인한 경영계의 어려움을 완화하기 위한 조치다.

그러나 노동계는 노동시간 단축을 무력화하는 조치로 간주하면서 거세게 반발할 움직임을 보인다.

문 대통령과 여야 원내대표는 합의문에서 "기업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탄력근로제 확대 적용 등 보완 입법 조치를 마무리한다"고 밝혔다.

탄력근로제 확대 적용은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 확대를 의미한다. 현행 근로기준법상 최장 3개월인 단위 기간을 늘린다는 것이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24일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을 6개월 혹은 12개월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탄력근로제는 일이 많은 주의 노동시간을 늘리고 다른 주의 노동시간을 줄여 그 평균치를 법정 노동시간 이내로 맞추는 제도를 가리킨다. 평균을 내는 단위 기간을 확대할수록 기업은 노동시간을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다.

경영계는 지난 7월 시행에 들어간 노동시간 단축을 계기로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을 확대해달라고 줄기차게 요구했다. 계절적 수요에 따른 집중 노동이 필요한 업종의 경우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을 늘리지 않으면 노동시간 단축을 지킬 수 없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이 여야 원내대표와 탄력근로제 확대 적용에 합의한 것은 경영계의 요구를 수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노동계는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 확대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을 확대하면 주당 노동시간 한도가 높아져 노동시간 단축의 의미가 없어진다는 게 노동계의 우려다.

고용노동부가 지난 6월 내놓은 유연근로제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주당 노동시간 한도가 52시간으로 정해진 현행 근로기준법에서도 단위 기간 2주의 탄력근로제를 도입하면 주당 노동시간이 최대 60시간으로 늘어나고 단위 기간을 3개월로 하면 최대 64시간으로 증가한다.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을 6개월이나 12개월로 늘릴 경우 주당 최대 노동시간은 더 늘어날 것으로 노동계는 우려한다.

탄력근로제를 도입하면 법정 노동시간을 초과한 일부 노동시간에 대해 가산수당을 지급하지 않아도 돼 노동자의 임금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점도 노동계가 우려하는 부분이다.

현행 근로기준법 부칙이 탄력근로제 개선 방안을 2022년까지 마련하도록 하고 있는데도 단위 기간 확대에 벌써 합의한 것은 너무 서두르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노동계는 정부가 지난 5월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로 최저임금 인상 효과를 반감시킨 데 이어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 확대로 노동시간 단축 효과를 떨어뜨리는 것을 전형적인 '우클릭' 행보로 간주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양대 노동정책이라고 할 수 있는 최저임금 인상과 노동시간 단축이 경영계의 요구에 따라 모두 후퇴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게 노동계의 입장이다.

이 때문에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 확대는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에 이어 노·정관계를 악화시킬 또 다른 뇌관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정부가 양극화를 비롯한 우리 사회 핵심 문제 해결 방법으로 무게를 두고 있는 사회적 대화에도 적신호가 켜질 수 있다.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로 한동안 파행을 겪었던 사회적 대화의 불씨는 어렵게 되살아났고 오는 22일에는 그 구심점이 될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가 출범할 예정이다. 하지만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 확대를 계기로 사회적 대화는 다시 위기를 맞을 수 있다.

한국노총은 발표한 입장문에서 "탄력근로제 확대 합의는 사회적 대화에 찬물을 끼얹는 정치적 야합"이라며 "정치권은 사회적 갈등을 대화로 풀려는 한국노총의 노력에 재를 뿌리며 노동자들을 또다시 길거리 투쟁으로 내몰고 있다"고 비판했다.

민주노총은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 확대라는 결론을 내려놓고 사회적 대화 운운하는 것은 사회적 대화를 노동법 개악을 위한 징검다리로 생각하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며 반발에 나섰다.

/디지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