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평 산곡동 일대에 남아 있는 '부평토굴'의 명칭을 '부평 지하시설' 또는 '부평 일본군 지하시설'로 바꾸자는 주장이 부평문화원이 개최한 행사에서 제기되었다. 부평토굴과 조병창의 연관성을 명확하게 담기 위해서이다. '부평토굴'은 인천시 부평구 산곡동 화랑농장 부근 호봉산 일대에 일제강점기 조성된 지하시설로 24개나 존재한다. 이 시설들은 일제강점기 군수물자 보관창고와 방공호로 사용됐던 것으로 추측되지만, 40년 전부터 새우젓 보관창고로 이용하고 있어 인근 주민들은 이 시설들을 '새우젓굴'이라고 부르고 있다. 이들 시설은 일제가 병기격납고나 방공호로 사용한 것이므로 제 이름을 찾아야 할 것이다.

일제 침략의 역사적 유산을 '새우젓굴'이나 '부평토굴'이라고 부르는 것은 역사적 무관심이 낳은 것이다. 부평구에서는 이 시설들을 '함봉산 새우젓 동굴'이라고 부르고 있으며, 동굴 조성과정이나 역사적 성격의 규명도 없이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는 방안부터 검토한 적이 있다. 부평에 산재한 지하시설물들이 일제의 징용령에 의한 강제동원령으로 조성된 것이라면 관광자원으로 활용될 수는 없다. 역사 문화자원은 그 성격에 맞게 활용되어야 한다. 일제강점기의 역사 유산에 대해서는 더 세심하게 조성배경과 목적을 조사하고 그 성격에 적합한 활용방안을 찾아야 한다.

인천시는 부평구 일대에 산재한 일제시대의 지하시설을 종합적으로 조사할 필요가 있다. 부평가족묘지 일대의 지하에는 거대한 부평 은광 지하시설이 남아 있다. 부평 캠프마켓 내부에도 탄약 생산 공장이었거나 탄약 발사 시험장으로 사용되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대형 지하시설물이 존재한다. 한편 부영공원에도 동굴 형식의 지하시설물의 입구가 발견되었지만 별다른 추가조사를 진행하지 않고 덮어둔 상태이다. 옛 미쓰비시제강 인천제작소 부지였던 현 부평공원 지하에도 방공호로 조성된 큰 지하시설이 존재한다는 구전이 있다.

지하시설은 문화재적 가치를 가지고 있다. 특히 일제의 조선침략 교두보였으며, 식민지 대동아 전쟁 수행의 병참기지 역할을 수행해야 했던 인천의 경우 일제가 남긴 침략의 역사적 현장을 보존하고 연구해야 한다. 인천시가 3·1운동 100주년 사업의 하나로 일제가 부평지역에 남긴 유산을 종합적으로 조사하고 역사적 교훈으로 삼을 자료를 발굴 선정하여 보존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을 제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