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생 신고 불이익에 극단적 선택
전문가들, 사회구조적 문제 주목
특별법 발의등 환경 개선 움직임

'영아유기 범죄'가 잇따라 발생돼 충격을 주고 있는 가운데, 유기 범죄를 저지른 이들에 대한 강력한 처벌에 앞서 사회적 편견과 차별 없이 아이를 키울 수 있는 환경 조성이 우선 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 11일 오전 11시30분께 안산시 원곡동의 한 공원에서 성별을 구별할 수 없을 정도로 부패한 영아 시신이 발견됐다.

경찰은 정확한 사망원인과 사망 추정시간 등을 확인하기 위해 부검을 진행하는 한편, 주변 폐쇄회로(CC)TV 영상을 확보해 용의자 추적에 나섰다.

앞서 2일 성남 중원경찰서는 성남시 중원구의 한 초등학교 인근 주택가 골목에 1살짜리 영아 시신을 유기한 혐의(살인)로 친모인 A(33)씨를 긴급체포해 조사 중이다.

지난 5월에도 오산시의 한 원룸 옥상에 갓 태어난 아기의 시신을 쇼핑백에 담아 유기한 친모 B(26)씨가 경찰에 붙잡혔다.

지난 2월에는 수원시 호매실동의 한 아파트에서 갓 태어난 아기를 캐리어 가방에 숨겨 숨지게 한 C(19)양이 영아유기치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최근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전문가들은 부모들이 '유기'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문제를 주목한다.

'국내 1호 베이비박스'를 설치한 것으로 알려진 이종락 주사랑공동체교회 목사는 "출생신고를 의무화한 현행법에 따라 신고를 하지 못하는 상황에 처했거나, 신고를 할 시에 많은 불이익이 예상되는 이들이 극단적인 선택에 내몰릴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아이를 낳지 않아 문제라면서 정작 태어난 아이를 살리고 보살필 방법은 고민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이 목사의 말처럼 모성의 안전한 출산의 권리와 영아의 생명권을 보장하기 위한 취지로 '임산부 지원 확대와 비밀출산에 관한 특별법안'이 지난 2월 발의되는 등 구조적 개선을 위한 움직임도 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도 "영아를 유기한 미성년자, 미혼모 등을 강력처벌하는 '엄벌주의'는 대안이 될 수 없다"며 "까다로운 절차를 가진 입양특례법 개정과 부모들이 유기하지 않고 아이를 맡길 수 있는 공간과 기회를 확대하는 등의 대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배재흥기자 jhb@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