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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영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 노동조합 위원장
통합 3년째를 향해가는 우리 기관(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 이하 경과원)은 지난 11월 12일 경기도 산하기관 중 행정사무감사(이하 행감) 첫 테이프를 끊었다. 

대기실이 마련돼 있지 않아 도의회 복도 한 귀퉁이에 준비실이 꾸려졌고 직원들은 모니터를 통해 흘러나오는 의원들의 질의와 요구자료를 즉석에서 타이핑해 관련 부서로 보냈다. 복합기는 쉼 없이 출력물을 쏟아냈고 의원님들의 한마디에 복도에서는 탄성과 한숨이 흘러나왔다.

현안이 많았던 만큼 걱정이 많았다. 무능한 원장이 간 빈자리는 때로 갑질이 채우고 때로 운영 부실이 채웠다. 감사원 조사까지 받은 사례는 행감 전부터 주목의 대상이었고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도 주요 의제 중의 하나였다. 행감 직전 터져 나온 부서장 갑질 건도 걱정스러웠고 민선 7기 인수위 요청에 따라 진행된 전산시스템 개편 건 역시 정조준 대상이 될 게 분명했다.

포문을 연 건 한 초선 의원이었다. 중복 지원 사례가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었다. 통합에 대한 문제 제기도 이어졌다. 전임 원장의 재앙에 가까운 인사 난맥을 지적하기도 했고 화학적 통합까지 먼 길 가신다며 걱정 아닌 걱정을 하신 분도 계셨다. 도 공무원들이 채워 넣었던 자리를 다 빼고 나니 본부장 다섯이 대행이요, 원장마저 대행인 체제가 경기도에서 가장 큰 공공기관 중 하나인 경과원의 오늘이다. 원장을 두들겨야 살판도 명분도 날 의원들께서도 풀이 죽지 않으셨을까?

시대정신과 조직 내 갑질 비판은 날카로운 일침으로 다가왔다. 서른 명이 넘는 직원이 연판장을 써 문제를 제기했음에도 고작해야 경징계밖에 하지 못하는 게 산하공공기관의 문화고 실체다. 이런 곳이 여성들이 일하기 좋은 기관에 선정되는 기관의 이면이다. 이 기회를 통해 조직 내 갑질 문제를 지적해 주신 원미정 의원께 감사의 뜻을 전하고 싶다. 의사들은 환자를 치료하자고 상처를 입히고 배를 연다. 이날의 일침이 더 나은 조직을 만드는데, 그래서 우리 직원들이 도민들을 위해 더 잘 일할 수 있게 되길 희망한다.

비정규직 전환 역시 의원님들의 입을 통해 흘러나온 시대의 목소리다. 의원들께서는 비정규직과 정규직 간의 혹여 있을지 모를 급여의 차이, 성과급 등 여러 면모를 고루 살펴 주셨다. 이미 통합 첫해 가장 먼저 노조가 나선 일이 비정규직 처우의 정상화였다. 최근 화두인 정규직 전환 이야기도 이어졌다. 왜 아직까지 아무런 성과가 없냐는 것이었다. 불안해하는 비정규직원들의 마음을 생각하라며 두 번 세 번 원장 대행께 약속을 요구한 의원님들의 한 마디가 직원들의 불안을 단 하루라도 줄여주기를 간절히 바란다.

경력직 채용 기준을 낮추라는 요구는 아쉬운 대목이었다. 전문성 있는 인재 채용을 위해 문호를 넓히라는 것이 이유다. 사실 연초부터 경기도는 부서장 이상의 경력직 채용기준을 낮추라고 지속적으로 요구했다. 경기도 출신 공무원 낙하산 자리 마련이 이유라고 의심할 정황이 곳곳에 있었다. 민선 7기 시작된 이후 한동안 뜸했던 요구가 행감장에서 다시 흘러나왔다. 전문성 있는 인재를 채용할 방법은 많다. 그런데 '경제와 기술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인물' 따위의 기준, 말하자면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든 포함될 수 있는 기준을 내미는 것은 전문성 있는 인재를 받아들이기 위한 기준일까? 전문성 있는 인재가 경기도 경제와 기술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경과원에서 기여하길 바란다면 더욱 꼼꼼하고 정밀한 기준을 제시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을까?

7월 1일 처음으로 취임하신 의원님들의 첫 행감이요, 새롭게 출범한 상임위원회 체제의 첫 행감이었다. 경험이 많은 의원들은 갖고 계신 경험을 십분 활용하셨고 반면에 부족한 경험을 노력과 진심으로 채우신 분도 계셨다. 그 가운데서 한국의 지방자치제도를 논할 때 흔하게 부각되는 전문성 부재도 목격됐다. 기관이 처해 있는 현실, 역사와 맥락들 따위는 아랑곳없이 준비한 질의만 늘어놓는 모습은 많은 직원을 하여금 한숨을 짓게 했다. 국감과 꼭 같은 이유로 파행에 이른 행감이 뉴스가 되었다. 의원들은 무성의한 태도를 지적하며 소리치며 직원들은 과하다고 반박한다. 해마다 같은 풍경이 연출된다.

본사에서는 올해 행정사무감사를 꽤나 많은 직원들이 지켜봤다고 한다. 어딜 가든 행감 이야기가 주제였고 의원님들에 질의와 보직자들의 답변이 수다의 주제였다. 새삼 행정사무감사와 지방자치제도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조광주 경제과학기술위원장께서 모두에 말씀하신 바와 같이 예산 낭비를 바로 잡고 기관 운영을 감시하기 위한 행정사무 감사다. 주권을 대리받은 의원님들은 그야말로 대리 받은 주권의 힘으로 잘못된 행정과 예산낭비를 바로 잡아주신다. 더러는 아쉬움이 있고 과해 보이는 지적도 있다. 각자의 역할이 있다. 의원님들은 공격하고 기관은 방어한다. 의원님들은 원칙을 내세우고 기관은 현실을 말한다. 아마 그 어디쯤에 정의가 있고 온전한 지방자치제도가 있을 것이다. 그래서 의원님들은 눈에 불을 켜고 질의를 하고 직원들은 밤을 새워 자료를 만들어 낸다. 입장은 다르지만 우리가 각자의 역할에 책임을 다해야 한다. 이는 한 가지 이유 때문일 것이고 또 한 가지 이유 때문이어야 할 것이다. 나 자신이 아닌 도민을 위해 일을 하기 때문이다. 도민의 소중한 세금으로 월급을 받기 때문이다.

/이기영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 노동조합 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