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등록 외국인 노동자가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청의 단속을 피하려다 목숨을 잃는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8월 22일 김포의 한 건설현장에서 일하던 미얀마 출신 외국인 노동자 딴저테이(25)씨는 법무부 인천출입국·외국인청의 단속을 피하려다 추락해 뇌사에 빠진 후 9월 8일 숨졌다.
2013년 취업비자로 한국에 들어온 딴저테이씨는 올해 초 취업비자를 연장하지 못해 불법 체류자가 됐다. 점심 식사를 하기 위해 찾아간 식당에 출입국단속반이 들이닥쳤고 창문을 통해 달아나려던 미얀마노동자는 8m 아래 공사현장으로 추락하고 말았다.
뇌사상태에 빠져있던 미얀마 노동자가 한국인 4명에게 장기기증을 하고 세상을 떠났다는 미담기사의 이면에는 미등록 외국인 노동자의 안타까운 죽음이 있었던 것이다.
국내 체류 외국인은 지난 8월 말 기준 230만명에 달한다. 이 중 미등록자가 33만명, 14% 수준이다.
더불어민주당 금태섭 의원실이 최근 법무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미등록 외국인 9명이 숨졌고, 74명이 다쳤다. 딴저테이씨를 포함하면 10명이나 된다. 하지만 같은 기간 단속 대상 외국인의 사망사건으로 징계받은 직원은 한 명도 없었다.
법무부는 지난 9월 "외국인 불법취업자 단속활동을 강화한다"고 발표한 뒤 현장 단속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건설업을 '국민 일자리 잠식 분야'로 지목하고, 건설업 불법 취업자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을 적용한다. 단속에 쫓기는 외국인 노동자들은 공사장 비계 쇠파이프 구조물을 잡고 아슬아슬 위험천만하게 창문을 뛰어넘는다. 건설 현장에서 벌어지는 '토끼몰이 단속'은 우리의 인권의식을 되돌아보게 만든다.
사회적 지원이 차단된 미등록 체류자 중 상당수가 인권 사각지대에서 신음한다. 특히 사업주의 폭력을 견디지 못해 직장을 옮기면서 불가피하게 미등록 신분이 된 이주 노동자가 적지 않다는 현실은 눈여겨 볼 대목이다.
정부는 '살인단속'이라는 오명을 벗어야 한다. 단속을 위한 단속이 아니라 미등록 체류자의 인권을 염두에 둔 단속방식과 계도대책을 새로 만들기 바란다. 노동자가 존중받는 사회의 정의는 미등록 이주 노동자에게까지 적용돼야 한다.
미등록 이주노동자에게도 당연히 인권이 있다. 인권 부서인 법무부가 이주 노동자들의 천부적 권리를 외면해서야 되겠는가. 살인 단속이라는 지적이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