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를 지어 말아'. 국내 농업 정책을 바라보는 농민들의 하소연이다.

   국내 쌀생산의 수급균형을 맞춘다며 몇푼 안되는 보조금을 주고 농사를 짓지 못하게 하더니 한편으로는 농사를 안 짓는다고 벌금성 이행강제금을 부과하는 농업정책에 농민들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앞뒤 안맞는 농업정책=농사를 짓는 김모(45)씨는 지난해 광주시로부터 400여만원의 이행강제금을 부과받았다. 지적공부상에만 답(畓)일뿐 사실상 산림이나 마찬가지인 땅이라 농사를 지을수 없어 방치한 것이 이행강제금을 부과받은 이유다. 더구나 이행강제금부과를 면해보기위해 농업기반공사에 매수를 의뢰했었지만 농기공마저 농지로서의 가치가 없다고 판정, 매수를 거부했다.

   김씨는 어쩔수없이 이행강제금을 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최근 쌀 경작지를 놀릴 경우 연간 300만원의 보조금을 지급한다는 '쌀생산조정제도'가 시행되자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다.

   김씨는 “쌀생산 안한다고 강제금 부과해 놓고는 또 한편으로는 논을 놀리는 사람에게 보조금을 주고 있으니 어이가 없는 일 아니냐”며 억울해 했다.

   현재 도내에는 김씨처럼 이행강제금을 부과받거나 농지처분명령등을 받은 이행강제금부과 대상자수가 16만6천여명이며 대상면적은 3만6천㏊에 이르고 있다.

   ●이같은 농업정책 왜 일어났나=이처럼 정부의 농업정책이 이율배반적으로 시행되고 있는데는 이행강제금이 농업정책이라기보다는 사실상 부동산 투기 방지책에 더 가깝다는데 원인이 있다.

   정부는 지난 96년 부동산 투기를 막기위해 이행강제금제도를 도입, 농지를 구입하고도 농사를 짓지 않는 토지주에 대해 이행강제금을 부과하고 있다.

   이에따라 일선 시·군은 매년 농지이용실태를 조사하고 지적공부상 논인 지역을 현장조사해 농사를 짓지 않고 있는 땅에 대해 농지처분통지를 한뒤 이행하지 않을 경우 처분명령을 거쳐 공시지가의 20%를 이행강제금으로 부과하고 있다.

   실제로 도는 지난 98년 23명에게 1억6천만원의 이행강제금을 부과한 이후 2000년 138명(8억4천만원), 2001년 161명(8억4천만원), 2002년 87명(3억6천만원)에게 이행강제금을 부과했다.

   그러나 그동안 이행강제금에 대한 아무런 조세저항이 없던 상황에서 올해 쌀생산조정제가 도입되자 이 제도에 대한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대책=농업정책전문가들은 쌀의 과잉생산을 막고 쌀 값 안정을 위해 쌀생산조정제가 시행된 만큼 이행강제금제도를 쌀의 과잉공급이 해소되는 시기까지 한시적으로 유보하는 방안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한 쌀생산조정제와 함께 이행강제금을 시행하기위해서는 이행강제금제도의 일부 수정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경기도에 이행강제금제도의 개선을 요구한 광주시 허가과 이종대씨는 “현재 이행강제금은 지적공부상 답인 농지에 대해 모두 부과하고 있으나 현장을 답사해 사실상 경작이 불가능한 농지나 농업기반공사가 농지로서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아 매수하지 않는 농지에 대해서는 이행강제금을 면제하는 조치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