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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안등조정소위원회 회의에서 안상수 예결위 위원장이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안조정소위(예산소위) 회의에서 남북협력기금의 일부 사업내용 공개 여부를 두고 여야가 충돌, 통일부의 내년도 예산안 심의가 통째로 보류됐다.

예산소위는 지난 23일 오후 10시부터 24일 오전 1시 30분까지 남북협력기금을 포함한 통일부 예산안에 대한 감액 심사를 진행했으나,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 입장차를 좁히지 못해 별도의 날짜를 정해 통일부 예산안을 추가 심의하기로 했다.

정부가 남북협력기금의 일부 사업을 공개하지 않자 한국당은 '북한 퍼주기 깜깜이 예산'이라며 전면 삭감 방침을 고수했고, 민주당은 '보수 정권에서도 일부 사업의 비공개 원칙을 견지했다'고 맞섰다.

특히 한국당 의원들이 "통일부가 한국당에만 비공개 사업에 대해 보고나 자료 제출을 하지 않고 있다"며 '한국당 패싱'을 문제 삼으면서 여야 간에 고성이 오가는 말싸움이 벌어졌다.

한국당 송언석 의원은 "비공개 사업을 검토해야 하니 자료를 달라고 몇 번이나 이야기했는데 무시하고 있다"며 "아무리 야당 의원이지만 그러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같은 당 이은재 의원도 "남북협력기금이 완전히 깜깜이라 보고해달라고 했는데 보고가 없었다. 한국당을 패스하는 건가"라며 "이러면 예산 심의를 할 수 없다"고 했다.

천해성 통일부 차관이 "실무진이 보고한 것으로 안다"고 답하자, 한국당 간사인 장제원 의원은 "통일부 대관 업무 하는 분이 오늘 오전에 우리 방에 얼굴을 내비치고 갔다. 이게 이 정권이 야당과 소통하는 자세인가. 통일부 책임자가 오지도 않고"라고 언성을 높였다.

이에 민주당 박홍근 의원은 "저분들이 죄짓고 온 게 아닌데 왜 이렇게 고성을 지르며 범죄인 취급을 하나"라고 통일부를 감쌌고, 같은 당 박찬대 의원은 "심의를 안 할 거면 산회하자"고 했다.

민주당 간사인 조정식 의원도 "비공개 내역을 가져와서 설명하라는 것은 무리한 요구"라며 "어차피 합의가 안 될 상황이니 예결위 3당 간사가 참여하는 '소(小)소위'로 넘겨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자정을 넘겨서도 "심의를 계속 이어가자"는 한국당과 "산회해야 한다"는 민주당의 공방 속에 회의가 한 차례 정회되기도 했다.

결국 장제원 의원은 "최소한의 진도는 빼야 하니까 통일부는 다른 날짜를 따로 잡아서 통으로 넘겨서 추가로 심의하겠다"고 했고, 안상수 예결위원장은 "통일부 심사 전체를 보류하고 일정을 따로 잡을 것을 선포한다. 통일부에 대한 심사를 잠정적으로 마친다"고 선언했다.

앞서 진행된 통일부 예산안에 대한 감액 심사는 초반부터 건건이 여야가 대립해 보류 사업이 줄줄이 나왔다.

통일정책 추진 예산 가운데 '통일정책에 관한 사회적 합의 형성' 예산이 논란 끝에 보류됐고, '통일정책홍보사업' 예산과 '국제통일 기반조성사업' 예산 등도 보류 항목으로 분류됐다.

외교부 사업 중에는 '코이카 일반봉사단' 예산이 상임위 의견에 따라 46억원 삭감된 뒤 추가 삭감 논의를 위해 보류됐다.

야당에서 "청년들이 봉사 나가서 해외 견문을 넓히는 사업을 정부가 청년 일자리 대책이라 내놓은 게 적절치 않다"(한국당 장제원 의원), "젊은이들을 세계에 보내는 봉사단이 문재인정부의 일자리 대책인가"(바른미래당 정운천 의원)라는 지적이 나온 데 따른 것이다.

이 밖에 원자력안전위원회의 '방사선 건강영향평가' 예산은 상임위 의견에 따라 10억원이 삭감된 뒤 예결위 차원에서 7억원이 추가 삭감됐다.

심의 과정에서 예산소위가 시간에 쫓기는 모습도 연출됐다.

정운천 의원은 "돈 7억원을 깎는 이 건 하나 갖고 25분간 논의했는데 어떻게 하려고 이러나. 상임위에서 나온 것은 빨리 삭감해 넘기고 나머지는 소소위에서 이야기하자"고 했다.

그러나 한국당 이장우 의원은 "예산을 꼼꼼히 들여다봐야지 무조건 보류해서 소소위로 넘기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반박했다.

이에 안상수 예결위원장은 "작은 액수보다는 큰 액수에 관해 토론하더라도 다른 액수에 대해서는 잘 의견을 모아 결정되게 해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예산안 법정 처리시한을 앞둔 예산소위는 주말인 24일에 이어 휴일인 25일에도 예산안 감액 심사를 이어간다.

예산소위는 이날 오전 기획재정부와 국세청 예산에 대한 심사를 마쳤으며, 오후에는 관세청 등에 대한 심사를 진행했다.

기재부 예산 심의에서는 한국당 심재철 의원의 비인가 재정정보 유출 사건과 관련해 한국재정정보원의 성과급 지급 예산이 도마 위에 올랐다.

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등 야당은 "보안사고가 났는데 성과급을 지급하는 건 옳지 않다"고 한목소리로 주장했고, 기재부는 "페널티를 줄 거면 차라리 기본운영비를 경감하라"고 맞섰다. 논란 끝에 결국 성과급 예산 4억700만원 중 절반이 삭감됐다.

이밖에 '국민참여예산제도 운영사업' 예산이 보류됐고, '혁신성장 활성화' 예산은 1억원, '국민경제자문회의 지원단 운영' 예산은 1억5천만원이 각각 삭감됐다.

/디지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