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자동차업체 제너럴모터스(GM)의 대규모 감원이 글로벌 자동차 업계 구조조정의 신호탄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27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GM의 구조조정 명분은 자동차 업계가 공동으로 직면한 문제다.

GM은 글로벌 자동차 산업에 닥칠 폭풍에 대응하기 위해 구조조정에 들어간다고 전날 발표한 바 있다.

FT는 GM뿐만 아니라 다른 자동차업체들도 비용이 증가하고 승용차 수요가 감소하는 배경에서 전기차·자율주행차와 같은 신기술에 투자를 쏟아부어야 하는 처지라고 설명했다.

자동차업체들은 세계에서 가장 큰 자동차 시장인 미국과 중국에서 이미 압박을 받기 시작했다.

미국에서는 소비자들의 선호가 대형차로 옮겨가는 가운데 미국 정부의 철강 관세로 생산비용이 증가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경제성장 둔화 때문에 판매량이 급격히 떨어진 데다가 미국과의 무역 전쟁 때문에 소비심리도 위축되고 있다.

FT는 미국과 중국이 받는 충격이 세계 자동차 업계로 파급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독일 업체인 다임러, BMW의 이익에 경종이 울리는 것부터 중국 업체인 지리(Geely·吉利)가 자회사 볼보의 기업공개(IPO) 계획을 철회하는 것까지 악재가 속출하고 있다.

미국의 자동차 전문사이트 '오토트레이더'의 발행인 칼 브로어는 GM 사태를 구조조정의 신호탄으로 진단했다.

브로어는 "자동차 산업에 격변이 임박했다고 모두가 수년간 떠들다가 이제 그 격변이 어떤 방식으로 표출될지에 대한 중요한 첫 예고가 나왔다"고 말했다.

애널리스트들은 대체로 GM의 구조조정을 현재 위기보다는 다가올 위기에 대한 선제적 조치로 평가했다.

이는 포드나 피아트 크라이슬러와 같은 다른 미국 자동차업체들이 GM의 뒤를 따를 가능성이 큰 것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실제로 포드는 이미 남미나 유럽 사업체들을 겨냥해 140억 달러에 달하는 경비 절감을 계획하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 제프리스의 애널리스트인 필리프 우추아는 "GM의 발표 때문에 포드가 경비 절감 계획을 발표하는 쪽으로 압박을 받는 게 확실하다"고 주장했다.

잔뜩 찌푸린 전망 속에 자동차 업계가 직면한 많은 불확실성의 뿌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수입 철강과 알루미늄에 고율 관세를 부과해 자동차업체와 납품업체들의 비용을 증가시켰다.

그는 북미자유무역협정(나프타)을 개정하고 중국에 무역 전면전, 유럽연합(EU)에 자동차 고율 관세 부과를 검토하고 있다.

자동차 업계에서 GM은 환경변화에 대응해 가장 먼저 고용을 줄이고 생산량 감축에 들어가는 행보로 잘 알려져 있다.

GM은 이미 작년에 자회사 복스홀-오펠을 푸조에 팔아 위험이 있을 것으로 관측되는 유럽에서 철수했다.

애널리스트들은 이번에도 자동차업체들이 시간을 두고 GM의 뒤를 따를 것으로 내다봤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메릴린치의 존 머피 애널리스트는 "GM의 자각 능력이 경탄할 수준"이라고 말했다.

머피는 "GM이 손익분기점을 지키려고 고정비용을 줄일 계획인데 경영진이 경기 바닥이 아니라 경기 정점에서 이런 결단을 한다는 게 인상적"이라고 설명했다.

구조조정의 직격탄을 맞는 지역은 예고된 대량실업 사태 때문에 정치 불안 우려까지 노출되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이날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GM의 캐나다 공장 폐쇄에 대한 실망감을 토로했다.

캐나다의 한 고위관리는 "트뤼도 총리와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결정으로 피해를 볼 노동자들, 가족들, 공동체들의 우려를 중점적으로 논의했다"고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