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피해접수 3년새 4.1배 ↑
해외 IP 활용 접속 '속수무책'
SNS 메신저 업체, 대책마련중


"아빠! 나 급하게 거래처에 100만원 보내야 하는데, 돈 좀 부쳐줘."

지난 19일 오후 회사에 다니는 딸을 둔 석모(54)씨에게 딸 이름으로 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카카오톡 메시지가 왔다. 반가운 마음에 채팅창을 연 석씨에게 딸은 상냥하게 '밥 먹었어?'라고 묻기도 하고 귀여운 이모티콘을 보내며 말을 걸어왔다.

몇 차례 메시지를 주고 받다가 돈을 보내달라는 딸의 다급한(?) 요청을 받은 석씨는 석연찮은 마음에 아내와 딸 둘이 포함된 단체 카카오톡 채팅방에 메시지를 보냈다.

진짜 딸은 송금을 요구하지 않았다. 석씨는 안도했지만, 딸 사칭 사기범은 딸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다며 '적반하장'식 태도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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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제공

지인 사칭 '메신저 피싱'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29일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금감원에 접수된 카카오톡 피싱 피해는 2016년 746건, 2017년 1천407건, 2018년 상반기 3천63건으로 3년새 4.1배로 급격히 늘었다.

실제로 자식이나 조카를 사칭하는 메신저 피싱 범죄에 당했다는 시민들이 피해를 호소하며 일선 경찰서 사이버수사팀을 찾고 있다.

하지만 해외 IP를 활용해 SNS 메신저에 접속해 추적을 피하고, 기본적인 개인정보를 알고 접근하기 때문에 속수무책으로 피해자가 속출하는 실정이다.

메신저 피싱 사기 조직은 포털 사이트를 해킹해 개인정보를 빼돌린 뒤 포털 아이디에 저장돼 있는 주소록에서 가족 등 지인을 찾아낸 뒤 접근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 관계자는 "메신저로 금전을 요구하는 경우 반드시 전화로 본인 및 사실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며 "지인이 맞는지 확인을 하기 전까지 돈을 절대 이체해선 안 된다"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자 카카오 등 SNS 메신저 업체들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카카오 관계자는 "해외 IP로 접속하는 경우 프로필 사진 밑에 국기를 표시하는 방식을 채택해 적용했다"며 "지인 사칭 메신저 피싱을 막기 위한 다각적인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손성배기자 so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