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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임원인사 /연합뉴스

삼성전자가 6일 발표한 2019년도 정기 사장단 임원인사는 '안정'과 '신상필벌' 기조가 뚜렷이 읽힌 인사였다.

경영 환경상 대내외적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핵심 사업부문인 DS(디바이스솔루션)·CE(소비자가전)·IM(IT모바일)의 3인 부문장을 유임하며 '큰 틀'은 유지하되, 성과가 우수했던 김기남 DS부문장은 부회장으로 전격 승진시킨 것이다.

김 부회장은 이번 인사에서 삼성전자의 전체 이익을 견인하는 반도체 사업부를 견조하게 이끈 공과 '2년 연속 글로벌 반도체 업계 1위' 달성의 공로를 인정받았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삼성전자가 사상 최고의 영업이익 신기록을 세운 배경에는 어김없이 반도체 사업부가 있었다.

반도체 사업부 영업이익은 작년 4분기 10조원을 돌파한 뒤 올해 1∼2분기에는 11조원대를 나타냈다가 3분기 13조원대까지 올라선 상태다.

김 부회장은 1958년생으로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지난 1981년에 삼성그룹에 입사해 삼성전자에 배치, 줄곧 반도체연구소에서 경력을 쌓았다.

2009년 반도체연구소장, 2010년 종합기술원장을 거쳐 2012년에는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이사 사장을 맡기도 했다.

그러다 2013년 다시 삼성전자 DS부문 메모리사업부장으로 돌아왔고, 시스템LSI사업부장을 거쳐 지난해부터 DS부문장을 맡아 반도체 사업을 이끌고 있다.

다만 김 부회장이 헤쳐나가야 할 향후 경영상황은 녹록지 않다.

제품 공급 증가와 계절적 영향 등으로 내년 상반기까지 저조할 것으로 예상되는 반도체 업황 침체국면을 어떻게 돌파할지가 김 부회장이 풀어야 할 과제다.

삼성전자는 인사를 발표하며 김 부회장에 대해 "이번 승진과 함께 글로벌 초격차 경쟁력을 공고히 하면서 부품사업의 미래 신성장 동력 발굴에도 매진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번에 유임된 CE 김현석 사장은 경쟁사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 진영에 맞서 QLED TV 사업에 주력하며, 시장에서 QLED TV 제품의 존재감과 장악력을 강화했다는 평가를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IM 고동진 사장의 경우 스마트폰 사업 부진 탓에 거취에 대한 시장의 주목도가 상대적으로 가장 높았던 것이 사실이나, 이번 인사로 다시 한 번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포화와 경쟁 심화라는 경영 난제를 돌파해볼 기회를 얻게 됐다.

이번 인사는 지난 2015년도 인사 이후 가장 적은 폭의 인사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2월 초 항소심 집행유예 석방 이후 경영 일선으로 복귀한 뒤 첫 정기인사라는 점에서 주목도가 높았지만, 사장단 인사 규모가 이처럼 소폭일 것이라는 건 어느 정도 예상됐던 대목이기도 하다.

일단 대외적으로 미·중 무역분쟁이 심화하고, 삼성전자 전체 영업이익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반도체 사업의 업황 비관론이 짙어지는 등 불확실성이 대두한 상태다.

이 상황에서 삼성전자는 '물갈이 인사'보다 현재의 3인 부문장 체제를 그대로 유지함으로써, 이들 CEO의 경륜을 바탕으로 한 안정적인 사업 추진을 꾀하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사업 외적인 측면에서 봐도 조직 전체에 충격파를 던질 만한 대규모 인사를 할 이유가 없다는 분석도 있다.

이 부회장의 대법원 판결을 앞뒀고,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사태 관련 법정소송 등도 진행 중인 상황에서 굳이 조직에 파장을 줄 만한 최고경영진 교체를 재차 단행하지 않았을 것이란 추측이 제기됐다.

/디지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