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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세월호 유가족에 대한 불법 사찰을 지시했다는 의혹을 받는 이재수 전 기무사령관이 지난 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 취재진의 질문을 받는 모습. /연합뉴스

군 관계자들은 지난 7일 이재수 전 국군기무사령관이 투신 사망했다는 소식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군의 한 관계자는 "재임 시절 공과를 논하기에 앞서 군내 고위직을 역임한 인물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이 참 안타깝다"면서 "믿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전 사령관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동생인 박지만 씨의 육사 37기 동기생으로 2013년 기무사령관으로 전격 발탁되는 등 군 실세로 이름을 날렸다. 육사 37기생 중에서 박지만 씨와 절친한 군내 인사로 꼽혔다. 한때나마 육사 37기 출신의 전성기를 열었던 인물로, 선·후배를 잘 챙긴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는 박지만 씨 동기생 중에 박 전 대통령을 '누나'라고 부르는 유일한 사람이었다는 말도 나왔다. 이 때문에 그에게는 '박지만 절친'이라는 꼬리표가 항상 붙었다.

이 전 사령관은 기무사령관을 맡은 직후 국회 법사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한 자리에서 박지만 씨와의 관계에 대해 "절친이라는 표현은 쓰지 않지만 친하게 지내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2013년 4월 상반기 인사 때 중장으로 진급해 육군내 핵심 보직인 인사사령관을 맡았다가 6개월 만에 군내 정보를 관장하는 기무사령관으로 발탁됐다.

그러나 이듬해 취임 1년 만에 전격 교체됐다. 통상적으로 기무사령관은 1년 반에서 2년 이상 재임하고 물러나는데 그의 전임자인 장경욱 전 사령관과 마찬가지로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한 채 낙마했다. 외부인사들을 과도하게 접촉하는 등 대외 활동에 더 치중한 것이 경질 배경이었다는 관측도 나왔다.

이후 경기 용인의 3군사령부 부사령관으로 전출됐다. 야전 경험이 부족한 그였기에 야전 경험을 쌓고 '재기'하리란 전망도 있었으나 군내 보직은 그곳에서 마무리하고 전역했다. 이후 그는 지난 3월 박지만 씨가 회장인 EG그룹의 사외이사로 선임되기도 했다.

이 전 사령관은 기무사령관 재직 당시의 세월호 민간 사찰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아왔다.

지난달 국방부 특별수사단이 발표한 기무사 세월호 민간사찰 수사결과에 따르면 이 전 사령관 재직 당시 기무사는 2014년 4월 발생한 세월호 참사 직후 박근혜 정권에 불리하게 전개되는 정국을 타개하려고 전방위로 민간사찰을 감행했다.

기무사는 2014년 5월 10일 청와대에 보고한 '세월호 관련 주요쟁점별 조치 방안'에서 고려사항으로 '6·4 지방선거 이전 국면전환을 위한 출구전략 마련'과 '향후 안정적 국정 운영을 위한 대(對)정부 신뢰제고 및 VIP(대통령) 지지율 회복'을 꼽았다.

보안·방첩을 주 업무로 하는 군 정보기관이 본연의 임무를 망각하고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 회복이라는 정치적 목적으로 불법 민간사찰을 했고, 그 결과를 청와대에 보고한 것으로 특별수사단은 결론을 내렸다.

이 전 사령관은 지난날 27일 검찰에 출석해 "당시 군의 병력 및 장비가 대거 투입된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우리 부대원들이 최선을 다해 임무 수행을 했다. 한 점 부끄러움 없는 임무 수행을 했다"고 주장했다.

한편 1958년생인 이 전 사령관은 중앙고를 나와 육사를 졸업했다. 53사단장과 육군본부 인사참모부장, 육군 인사사령관, 국군기무사령관, 3군사령부 부사령관 등을 역임했다.

/디지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