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고려인들의 열악한 한국어 교육 인프라를 취재하기 위해 찾아간 인천고려인문화원에서 박봉수 원장이 고려인 4세 학생들을 바라보며 한 말이다. 이날 문화원에는 학교를 마치고 온 초·중학교 고려인 4세 학생 10여 명이 한국어 수업을 들었다. 한국어 수준은 제각각이었지만 눈빛은 모두 빛나고 있었다. 고려인 4세 학생들은 러시아, 우즈베키스탄 등에서 나고 자라다 부모님을 따라 한국에 온 중도입국 자녀다. 각자 어린 나이에 새롭게 바뀐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수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고려인 4세 학생들이 우리 사회에 녹아들기 위해 노력하는 만큼 우리도 이들이 안전하게 정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 가장 우선 고려돼야 하는 것은 고려인 4세의 체류권 보장이다. 재외동포법은 외국 국적 동포를 '부모 또는 조부모 중 한 명이 대한민국의 국적을 보유하였던 자로서 외국 국적을 취득한 자'로 정의하고 있다. 고려인 4세는 동포 대상에서 제외돼 F-1(방문 동거) 비자를 받아 거주하다 만 19세가 되면 국내를 떠나야 한다. 고려인 4세 학생들은 항상 성인이 되면 한국을 떠나야 한다는 불안감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 법무부에서 내년 6월까지 고려인 4세가 부모와 함께 국내에 거주할 수 있도록 보장하고 있지만 임시방편일 뿐이다.
고려인 4세의 국내 거주 보장은 한국에 살고 있는 8만여 명의 염원이다. 하지만 국회에 올라가 있는 동포 범위를 확대하는 재외동포법 개정안 통과는 지지부진하기만 하다. 수년간 외쳐 온 고려인들의 목소리를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 된다. 매년 한국에 들어와 정착하는 고려인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들이 국내에서 자신의 꿈을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최소한의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하는 역할이다.
/김태양 인천본사 사회부 기자 ksu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