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어린이집 야외활동을 하던 2살 아이가 인근 고등학교 연못에 빠져 숨진 사고와 관련해 피해자 부모가 아이를 모욕한 누리꾼을 상대로 민사 소송을 제기해 배상 판결을 받아냈다.
12일 인천지법에 따르면 지난 2016년 11월 21일 오후 12시 25분께 인천시 부평구 한 여자고등학교 안 연못에서 의식을 잃은 A(2)양이 발견됐다. 중태에 빠진 A양은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으나 사고 발생 보름 만에 다발성 장기 부전으로 숨졌다.
사고가 일어난 연못의 수심은 50cm로 그다지 깊지 않았으나 배수로 쪽 수심은 1m 20cm로 A양의 키(93cm)보다 깊었다.
학교 시설관리인은 "처음에는 인형이 엎어진 상태로 연못에 떠 있는 줄 알았는데 가까이 다가가서 보니 어린아이였다"고 경찰에 당시 상황을 진술했다.
가정어린이집 원생인 A양은 아파트 놀이터에서 다른 아이들과 함께 놀다가 혼자 걸어서 120m가량 떨어진 해당 여고에 간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놀이터에서는 A양을 포함한 원생 9명이 보육교사 지도에 따라 야외활동을 하고 있었다.
해당 어린이집 원장과 담임교사는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경찰에 입건됐다. 경찰은 이들이 야외활동을 하던 원생의 관리·감독을 소홀히 했다고 판단했다.
당시 이 사건은 여러 언론에 보도됐고, 사고 발생 사흘 뒤 누리꾼 B씨는 휴대전화로 인터넷 카페에 접속한 뒤 A양 사고 기사가 링크된 게시글에 댓글을 달았다.
'오늘 들은 이야기로는 그 아이가 자폐 증상이 있어 막 길을 혼자 갔다고 하더라고요. 보통은 보호자랑 떨어지면 울거나 가던 길을 멈추고 했을 텐데…'라는 내용이었다.
B씨는 모욕 혐의로 기소돼 벌금 10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A양 부모는 형사 처분과는 별도로 B씨를 상대로 민사 소송을 제기했다.
1심 법원은 A양 부모가 B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했다.
재판부는 "원고가 제출한 증거에 의하면 피고는 원고들이 입은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며 A양 부모에게 각각 200만원을 배상하라고 B씨에게 명령했다.
인천지법 민사항소7부(이진화 부장판사)는 최근 B씨가 1심 판결에 불복해 제기한 항소를 기각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는 댓글로 망인의 인격적 가치에 관한 사회적 평가를 저하할 모욕 행위를 저질렀다"며 "이로 인해 망인이 (숨지기 전) 정신적 고통을 겪었을 것"이라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디지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