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량권 늘려 피해시 '중단' 필요
아랫사람 취급 인식개선도 시급
현행 감정노동자 보호법(개정 산업안전보건법)이 실효성 불분명한 '반쪽짜리'라는 비판을 받는 이유는 감정노동자들이 고객응대 상황을 실질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주체성'을 보장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감정노동자들의 재량권을 대폭 확대한 '감정노동 중지법'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손진우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집행위원장은 12일 경인일보와의 통화에서 "산업안전보건법 제26의 2를 보면 '업무중단이 가능하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고는 하나, 이는 전적으로 사업주의 책임을 규정한 부분"이라며 "사업장은 이를 바탕으로 고객응대 지침을 만드는데, 대부분의 사업장이 업무중단에 이르기까지 여러 차례 단계를 나눠놓기 때문에 실질적인 중단이 이뤄진 시점에 노동자들은 이미 육체·정신적 피해를 입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산업안전보건법의 한 조항으로 삽입된 현행 감정노동자 보호법은 기존 시민사회가 요구했던 수준에 한참 못 미치고 있다"며 "법 조항에 노동자들이 감정노동을 중지할 권리를 기술할 필요가 있고, '감정노동 중지법'이라는 별도의 법률 제정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감정노동자를 '아랫사람'으로 여기는 소비자들의 인식개선도 시급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경기비정규직지원센터가 올해 마트노동자와 요양보호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경기도 감정노동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사회적 인식개선을 통한 건강한 노동환경 조성'이 중요 개선점으로 지목됐다.
경기도의회 박옥분(민·수원2) 여성가족교육협력위원장이 최근 '감정노동자의 날' 지정 등의 내용을 담아 대표 발의한 '경기도 감정노동자 보호 및 건전한 근로문화 조성에 관한 조례 일부 개정안'도 같은 맥락이다.
박 위원장은 "감정노동자 보호를 위한 도민들의 관심을 적극 유도해 이들이 마음 편하게 일할 수 있는 노동환경 조성이 급선무"라며 "감정노동자들이 자신의 권리를 찾을 수 있는 '민간 네트워크' 구축을 돕고, 이들의 의사가 도 정책에 적극 반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배재흥기자 jhb@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