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고로 집에 불 질러 3남매 숨지게 한 비정한 엄마, 항소심도 징역 20년

사진은 지난 1월 3일 오후 광주 북구 두암동 한 임대아파트에서 4살·2살·15개월 세 남매가 숨진 화재사건 현장검증이 열려 피의자인 아이들 엄마 정모(23)씨가 경찰과 이동하는 모습. /연합뉴스

생활고 등 경제 여건이 어렵다는 이유로 자신의 아파트에 불을 질러 3남매를 숨지게 한 비정한 20대 엄마가 2심에서도 중형을 면하지 못했다.

광주고법 형사1부(최수환 부장판사)는 13일 현주건조물방화치사 혐의로 구속기소 된 정모(23·여)씨의 항소를 기각하고 원심과 같은 징역 20년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판결문에 따르면 정씨는 지난해 12월 31일 오전 2시 25분께 광주 북구 두암동 모 아파트 자신의 집에서 4세·2세 아들, 15개월 딸 등 3남매가 자고 있던 작은방에 불을 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정씨는 자녀 양육, 생계비 마련 등으로 인한 생활고에다 인터넷 물품대금 사기와 관련해 변제 독촉을 자주 받자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2심인 항소심 재판부는 1심과 같이 정씨가 살인의 고의성을 가지고 불을 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정씨가 담배꽁초를 처리하다가 불이 났다고 주장했지만 검찰 수사 과정에서 아이들과 죽을 생각으로 불을 붙였다가 끌 수 없자 혼자 탈출했다고 진술한 바 있다"며 "SNS나 문자메시지 내용, 범행 정황을 보면 술을 마셨다 하더라도 심신미약이나 심신상실은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정씨가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우발적으로 범행했고 자녀를 잃었고 아이들의 아버지인 전 남편의 선처가 있었지만, 아이들이 고귀한 생명을 빼앗기고 사망에 이르는 과정에서 끔찍한 공포와 고통을 느꼈을 것"이라며 "1심의 판단은 정당하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송수은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