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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지난 10월 5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 채소 판매대. /연합뉴스

올해 경기가 전반적으로 침체 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한 가운데 밥상물가의 고공행진으로 소비자들의 체감 경기를 더욱 얼어붙게 했다.

주식인 쌀과 서민들의 대표적인 외식 메뉴인 치킨 가격이 급등한 것을 비롯해 기록적 여름철 폭염의 여파로 채솟값까지 수직으로 상승했다.

17일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등에 따르면 지난 10월 산지 쌀값은 80㎏당 19만3천656원으로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1년 전의 15만1천13원과 비교하면 28%, 지난해 최저치였던 6월의 12만6천767원보다 무려 52.7%나 오른 가격이다.

이는 2013~2016년 풍작으로 한때 12만 원대까지 내려앉았던 쌀값을 회복시키기 위해 지난해 정부가 시장 격리 물량을 확대한 데다, 작년과 올해 쌀 생산량이 줄어든 데 따른 것이다.

쌀값이 급등하자 자영업자와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불만이 터져 나왔고, '북한에 쌀을 퍼준 것 아니냐'는 근거 없는 소문까지 떠돌았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지난달 성명서를 내고 "소비자들은 '농민 보호'라는 거대 담론 아래 쌀 가격 논의에서 소외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부가 지난 4월과 6월에 이어 지난달에도 비축미를 방출했으나 당장 쌀값이 떨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쌀 생산량이 386만8천t으로 작년보다 2.6% 감소한 데다 쌀값 추가 상승을 기대한 농민들이 출하를 미루는 현상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는 사상 유례없는 폭염을 겪으면서 시금치, 배추 등 채솟값도 무한대로 치솟았다.

한국은행의 8월 생산자물가지수가 2014년 8월 이후 4년 만에 최고치인 105.43까지 오른 가운데 시금치, 배추, 무 등 농산물이 상승세를 이끌었다.

시금치가 한 달 새 222.9%, 배추는 91%, 수박 50.4%, 무 29.1% 가격이 올랐다.

이에 따라 농식품부가 추석을 앞두고 평년보다 서둘러 추석 성수품 수급 안정 대책을 추진했으나,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 조사결과 추석 차례상 비용이 지난해보다 4.1% 올랐다.

가공식품과 외식 물가도 고삐가 풀린 것은 마찬가지였다.

치킨 프랜차이즈 BBQ는 지난달 19일 대표 제품 3종의 가격을 1천~2천원씩 올렸고, 2천원 안팎인 배달비를 포함하면 치킨 한 마리 가격이 2만 원대에 진입했다.

우유 가격 인상은 단일 제품을 넘어 외식업계 전반까지 '도미노 효과'를 일으키고 있다.

우유업계 1위인 서울우유는 2013년 인상 이후 5년 만인 지난 8월 흰 우유 1ℓ 제품의 가격을 3.6% 올렸다. 서울우유는 "생산 비용 증가에 따른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남양우유가 10월 우유 제품 가격을 4.5% 인상했고, 1ℓ 제품의 용량은 900㎖로 줄여 사실상 10%나 가격을 올리는 효과를 냈다.

빙그레는 대표 제품 '바나나맛우유' 가격을 내년부터 소비자가 기준 100원 인상하기로 했다.

우유는 커피전문점에서 원두에 이은 주요 원료로 쓰이는 데다가, 제과제빵 업계에서도 두루 쓰이기 때문에 가격 인상은 식품업계 전반에 미치는 파장이 크다.

실제로 서울우유로부터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방식으로 제품을 공급받아 파는 파리바게뜨는 지난달 우유 제품 가격을 10% 올렸다.

원료 가격 인상을 빌미로 과자와 커피전문점 브랜드들도 인상 행렬에 동참했다.

농심은 지난달 대표 제품인 '새우깡'을 비롯해 19개 제품의 출고 가격을 6.3% 인상했다.

앞서 크라운해태도 지난 5월 13개 제품 가격을 두 차례에 걸쳐 올렸고, 롯데제과는 4월 일부 제품의 가격을 인상했다.

이디야커피는 지난 1일부터 70개 음료 가운데 14개 품목의 가격을 인상했고, 엔제리너스는 '아메리카노 스몰 사이즈'를 4천100원에서 4천300원으로 올리는 등 17개 품목을 평균 2.7% 인상했다.

매장 수로 업계 1위 롯데리아 역시 올해 8월 '소프트콘' 가격을 40% 올린 데 이어 13일부터 버거류 11개 제품 가격을 평균 2.2%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디지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