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강릉의 한 펜션에서 서울 대성고 3학년 학생 10명 중 3명이 숨진 참변이 발생한 가운데 병원으로 이송된 7명의 환자 중 2명은 또다시 다른 병원으로 긴급 이송됐다.
병원에 고압산소치료실이 부족하다 보니 시설을 갖춘 병원으로 옮긴 것이다.
사고 당시 7명의 학생은 의식을 잃은 채 발견돼 강릉아산병원 등 3개 병원으로 나뉘어 이송됐다.
그러나 강릉아산병원만 가스중독 환자에게 필요한 고압산소치료실이 갖춰져 있는 데다 그마저도 부족해 2명은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으로 옮겨졌다.
원주로 이송된 2명은 오후 1시 12분 신고 이후 긴급 구조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고압산소치료실이 부족, 오후 3시 42분 헬기로 원주 이송을 마쳤다.
학생들이 발견된 지 2시간 30여분 만이다.
통상 급성 가스중독은 3시간 안에 치료를 받아야 생존율을 높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골든 타임'을 넘기지 않고자 매우 급히 이송이 이뤄졌다.
강릉아산병원 고압산소치료실은 앉은 상태이면 최대 10명까지 치료가 가능하지만 누워 치료를 받아야 하면 3명까지 가능하다.
강원도 내에서는 이들 병원 이외에 한림대 춘천성심병원 등 3곳이 고압산소치료실을 갖추고 있으나 총 17명이 동시에 고압산소치료를 받을 수 있는 규모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급성 일산화탄소 중독환자에게 가장 중요한 치료는 고압산소치료다.
고압산소치료는 환자를 1시간 30분 정도 특수 탱크에 눕혀 놓고 100% 농도의 산소를 일반 공기압보다 2∼5배 높은 고압으로 들이마시게 한다.
다량의 산소를 체내 혈액 속에 녹아들게 해 몸 곳곳에 산소를 공급, 저산소증으로 말미암은 여러 질환의 증상을 개선해 주는 치료를 하게 된다.
급성 일산화탄소중독뿐만 아니라 당뇨병성 상처, 방사선치료에 의한 골조직 손상 및 혈뇨성 방광염, 잠수 질환 등 다양한 분야로 치료영역이 확대되고 있다.
최근 번개탄이나 연탄가스를 이용한 극단적 선택, 작업장 가스중독사고 등이 잇따르면서 수요가 늘고 있으나 고압산소치료를 하는 병원이 많지 않다.
여러 환자를 동시에, 제대로 치료를 할 수 있는 고압산소치료센터를 갖춘 병원은 더욱 드물다.
병원들이 고압산소치료기를 도입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크게 비싸진 장비 가격에 20여 년째 묶여 있는 낮은 의료 수가 때문이다.
산소치료기가 고급화되면서 설치 비용도 1억5천만원 정도로 오른 데다 고압가스 관리기사를 별도로 두어야 하고 의사 1명이 치료가 진행되는 약 2시간 동안 탱크 옆을 지켜야 한다. 그런데도 수가는 1회에 3만원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1회 치료에 30만원 정도인 미국은 500여개의 응급센터에 고압산소치료기를 가동토록 하고 정부가 운영비를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방 관계자는 "고압산소치료기가 있는 병원을 찾다가 시기를 놓치는 경우도 있다"며 "치료기가 있는 병원도 대부분 오래된 1인용인 경우가 많아 여러 명이 한꺼번에 중독된 경우 따로따로 이송돼 치료를 받아야 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강희동 강릉아산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장은 "처음 병원에 도착할 때보다 경미하게 호전돼 1명은 자기 이름을 말했다"며 "오늘 1차 고압산소 치료에 이어 내일부터 의식이 어느 정도 좋아질 때까지 하루 2번 고압산소 치료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사고 직후 펜션 내부에서 측정된 일산화탄소 농도는 150∼159ppm으로, 정상 수치의 8배 가까운 높은 수치로 조사됐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은 펜션 내 가스보일러를 사고 원인으로 추정했다.
보일러 배관이 정상적으로 연결되지 않은 채 어긋나 있고 가스누출경보기도 없는 것으로 확인했다.
/디지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