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찰·쓰레기 점검·안전 지도…
주민 구성 주야간 '세심한 활동'
일자리창출+행정사각지대 보안
'이재명표 실용주의 정책' 평가
지난 13일 저녁 군포시 산본1동. 좁고 어두운 골목들이 동네 곳곳에 거미줄처럼 뻗어 있었다.
가로등 불빛이 채 들지 않아 어둠이 더욱 짙은 곳에선 휴대전화 불빛으로 길을 비추며 걷는 이들마저 있었다. 아침에 내린 함박눈은 바닥에 그대로 얼어붙었다.
형광조끼를 입은 두 사람이 손전등을 올려 골목을 비췄다. 지난 11월 19일 경기도에서 가장 처음 산본1동에 마련한 '행복마을관리소' 관리원들이었다.
1시간30분에서 2시간에 한 번 꼴로 동네 곳곳을 순찰하며 행여나 위험한 곳이 없는지 살피는 게 이들의 일이다. 불 꺼진 가로등, 검은 비닐봉투에 쌓인 채 골목 한 구석에 내팽개쳐진 쓰레기더미까지, 사소해 보이는 부분들도 꼼꼼히 체크했다.
다음 날인 14일 아침에도 관리원들의 걸음은 바빴다. 전날 야간 조로부터 바통을 넘겨받은 주간 조 관리원들이 초등학교 앞으로 향했다.
아이들이 안전하게 길을 건널 수 있도록 안내하고, 틈틈이 골목 곳곳을 다니며 전봇대에 붙은 불법 광고물들을 떼어냈다.
염화칼슘을 뿌리는 일은 이들에게 주어진 임무는 아니었지만, 볕이 들지 않아 단단히 얼어붙은 길에 노인들이 넘어지지 않도록 직접 팔을 걷어붙이기도 했다.
겨울바람이 매서웠지만 이들의 활동은 쉼 없이 이어졌다.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틀림없이 나타난다'는 우리 동네 홍반장이 생긴 것이다.
활동을 개시한 지 한달. 관리원들의 모습이 어느새 주민들의 일상에 스며든 듯, 이들의 활동을 따라가 본 3시간 동안 관리원들에게 인사를 건네는 주민들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관리원들은 "이 동네에서 십수년을 살았지만 '밤에는 골목이 이렇게 어두웠구나'하는 등 새롭게 보이는 것들이 적지 않다. 행정영역에서 일일이 할 수 없는 부분들을 직접 살핀다는 책임감으로 일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행복마을관리소'는 '일반 마을에도 아파트 관리소 같은 곳을 만들자'는 취지로 지난달 시작된 경기도의 일자리사업이다.
일자리를 창출하면서 '행정 사각지대'를 줄이자는 '이재명표' 공공형 일자리 창출 모델의 한 축으로, 이 지사 취임 후 제시된 공공형 일자리 창출 사업 중 가장 빠르게 첫 선을 보였다.
1호점에 이어 최근 포천 신읍동에서 2호점이 문을 열었다. 20일과 27일, 내년 초에는 시흥시 정왕본동과 의정부시 의정부1동, 안산 월피동에서 3·4·5호점이 연달아 개소한다.
이 지사가 성남시장 재직 시절 시행했던 '성남시민순찰대'에서 기인했지만 업무영역은 보다 넓어졌다는 게 경기도 측의 설명이다.
1개소당 10명씩 해당 지역에서 오래 거주한 주민들로 구성된 행복마을관리소는 택배를 맡아주거나 공구를 빌려주는 일에서부터 마을의 치안 공백을 줄여나가는 역할 등도 담당하고 있다.
개소 한달째. 행복마을관리소가 '낮에는 홍반장, 밤에는 안전지킴이'로 자리 잡아가는 가운데, 이 지사 특유의 실용주의가 단적으로 나타난 정책이라는 평이 나오고 있다.
도 관계자는 "행복마을관리소는 '작지만 의미있는 일자리부터 만들어보자'는 이 지사의 의지가 담긴 사업"이라며 "시범사업을 실시한 후 성과를 내면 내년 하반기 경기도 전면 확대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황성규·강기정기자 kangg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