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5년 만에 신도시 카드를 꺼내 들었다. 수도권 집값 안정을 위해서다. 정부는 어제 수도권 3기 신도시에 남양주 왕숙(1천134만 ㎡), 하남 교산(649만 ㎡), 인천 계양(335만 ㎡), 과천(155만 ㎡) 등 4곳을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모두 서울과 2㎞ 인접한 지역으로 서울 집값을 잡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이다. 이는 김포 한강, 양주 옥정·회천, 인천 검단, 파주 운정 등 2기 신도시가 서울과 멀고 교통인프라 부족으로 부동산 가격 안정에 실패한 뼈아픈 사례에서 교훈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정부는 새롭게 조성될 3기 신도시는 서울 도심까지 30분 내 출퇴근이 가능한 도시로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노무현 정부의 2기 신도시의 출발은 좋았다. 베드타운을 넘어 산업·주거 복합도시를 짓겠다며 서울에서 먼 곳을 개발했다. 하지만 서울과 인접한 판교를 제외하곤 사실상 실패했다. 2기 신도시는 아파트 먼저 지어놓고 인프라 조성을 미루며 입주민들에게 부담을 전가할 경우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강남 집값은 폭등했고, 교통인프라가 제대로 구축되지 않은 신도시는 지금도 교통지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입지가 좋다는 평판을 들었던 동탄신도시조차도 삼성~동탄 GTX(광역급행철도)의 완공이 늦어지면서 동탄신도시 주민들은 출퇴근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실상 광역교통망 구축을 두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사업시행자 간 사업비 분담을 놓고 벌이는 오랜 갈등 때문이다. 사업비 분담 조율 없이 신도시를 조성했으니 그 피해는 고스란히 입주민에게 돌아갔다. 이날 GTX 중심으로 발표된 교통개선 대책은 3기 신도시의 성공과 직결된다고 볼 수 있다.

3기 신도시의 성공은 광역 교통망과 주택 공급시기의 차이를 최대한 좁히는데 달렸다. 정부가 신도시 후보지와 광역교통망을 연계해 교통대책을 2년 앞당긴 것도 그런 이유다. 광역 교통망이 없으면 신도시는 사실상 고립된 섬과 다름없다. 신도시 건설 발표로 당장의 집값 안정 효과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신도시 건설에 오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어서다. 그렇다고 너무 늦어지면 수도권 집값은 언제 다시 오를지 아무도 모른다. 얼마나 구체적이고 체계적이며 신속하게 도시를 건설하느냐에 따라 3기 신도시의 성공이 좌우될 것이다. 정부는 신도시 개발과정에서 투기세력이 붙어 투기의 장이 될 수 있음도 간과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