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서민 대상의 선물보따리를 풀었다. 지난 21일 금융위원회가 내년 상반기 시행을 목표로 서민금융 지원체계 개편방안 20개 과제를 발표했는데 저신용 소액채무자 부채탕감과 채무지원 확대, 민간금융사 중금리 대출 확대 등이 골자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이 소액연체자의 대출원금을 깎아주는 '특별 빚 감면제도'이다. 금융기관에서 1천만원을 대출받아 10년 이상 연체한 채무자가 향후 3년 동안 성실하게 120만원을 상환하면 정부가 880만원을 탕감해주는 식이다. 기존의 채무감면제도는 신용회복위원회의 개인워크아웃과 법원의 개인회생 및 파산 등이나 이는 고정소득자 혹은 부채원금 3천만원 이상에만 자격이 주어져 소액연체자들은 구제의 사각지대에 놓인 것이다. 지난해 시범적으로 추진하던 것을 상시 제도화한다. 상환능력이 거의 없는 빈곤층의 소액채무를 털어줘 정상적인 금융생활을 하도록 돕자는 취지이다. 매년 2만여명이 혜택을 받을 전망이다.
일반 채무조정 감면폭도 확대했다. 현재 30~60%인 감면율 허용범위를 20~70%로 늘려 원금 감면율을 지금의 29%에서 2022년까지 45%로 높이고 상환기간도 6.7년에서 4.9년으로 단축한다. 9·10등급의 최저신용자 구제용 정책자금으로 연간 1조원을 증액할 예정인데 재원 100%를 민간금융기관에서 조달한다. 저축은행과 상호금융에서 보증재원 1천억원을 출연하던 것을 은행 등 전 금융기관으로 확대하고 출연금도 3천억원으로 증액하기로 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으로 진작부터 말들이 많았다. 1천500조원대의 가계부채와 최근 금융기관 연체율 급등, 금리인상 압박 등은 설상가상이다. 그러나 채무자들의 도덕적 해이 만연과 성실히 빚을 갚아온 금융소비자들의 상대적 박탈감이 염려된다. "돈은 민간이 부담하고 생색은 정부가 낸다"는 금융사들의 볼멘소리도 부담이다. 은행권의 대출문턱은 더 높아질 개연성이 크다. 대출감면 원금한도가 최대 45%로 높아지니 은행들이 리스크 관리차원에서 대출요건을 더 강화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더 주목되는 것은 원리금 몇 푼 깎아준다 해서 저신용자들에 얼마나 도움되겠나 하는 점이다. 정책금융의 이상비대 실정에서 5·6등급 상대의 중금리 시장 확대도 언감생심이다. 금융시장 왜곡 가중과 신용질서를 위협하는 것 같아 우려가 크다.
[사설]부채탕감 시장 왜곡하고 신용질서 위협한다
입력 2018-12-23 20:21
수정 2018-12-23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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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24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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