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구순(九旬)인 작곡가 최영섭은 한국 가곡의 산증인이다. '그리운 금강산'을 비롯해 작곡가로 활동한 70여 년 동안 700여 가곡을 작곡했다. '목계장터' '추억' '망향' 등 귀에 익다 싶은 우리 가곡은 대부분 그의 작품이다. '오페라의 제왕'으로 불리는 성악가 플라시도 도밍고가 지난 10월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어쩌면 그의 마지막 내한공연이 될지도 모를 일곱 번째 내한공연을 가졌는데 마지막 앙코르곡은 역시 최영섭의 '그리운 금강산'이었다. 도밍고는 이미 지난 2009년 내한공연 때 이 곡을 한국인과 거의 같은 발음으로 불러 놀라움을 안겨주었는데 "라틴어를 제외한 노래 중 이처럼 부드러운 선율과 깊이 있는 노래는 드물다"고 극찬했었다.
1929년 강화에서 태어난 최영섭은 어릴 적 인천으로 이주해 1942년 인천 최초의 공립학교인 인천공립보통학교(지금의 창영초등학교)를 졸업했다. 1943년 인천중학교 전신인 인천고등보통학교를 다니다 서울로 전학해 경복중학교에 편입했다. 이처럼 인천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뒤 한국을 대표하는 작곡가로 활동해온 그를 위해 인천지역사회가 힘을 모으고 있다는 소식은 세밑 온정 소식만큼이나 훈훈하다. 최근 인천지역 인사 36명은 4천850만원의 성금을 모아 그에게 전달했다. 90세를 축하하고, 10년 전부터 시작된 전립선암 투병을 격려하며, 평생의 기악곡 정리작업을 응원하는 마음에서다. 지난해 일곱 번째 가곡집을 출판한 그는 앞으로 1년 안에 70여 곡의 기악곡을 모두 정리하겠다는 각오다.
인천이 낳은 작곡가 최영섭을 우뚝 세우는 인천지역사회의 노력은 이것뿐만이 아니다. 지난 20일 인천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열린 '제35회 새얼 가곡과 아리아의 밤-인천의 노래, 황해의 소리'에서는 가곡 '그리운 금강산'이 대편성 합창단과 교향악단에 의해 대미를 장식해 청중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연주회가 끝난 뒤에는 장미를 헌정하는 행사도 마련됐다. 이날 작곡가는 "여생은 인천시민의 사랑에 보답하면서 살아갈 것"이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한편 인천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사단법인 '아침을 여는 사람들'도 지난 12일 인천 엘림아트센터에서 '최영섭 선생 구순 기념 연주회'를 개최했다. 함께 개설한 후원 모금계좌에는 매달 수십여 명이 성금을 보태고 있다는 소식이다. '문화 동토지대'로 낙인 깊은 인천에 부는 모처럼의 훈풍이다. 계속 이어지리라 기대한다.
[사설]문화동토지대 인천에 부는 '최영섭'훈풍
입력 2018-12-25 21:08
수정 2018-12-25 21:08
지면 아이콘
지면
ⓘ
2018-12-26 23면
-
글자크기 설정
글자크기 설정 시 다른 기사의 본문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가
- 가
- 가
- 가
- 가
-
투표진행중 2024-11-22 종료
법원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에 대한 1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습니다. 벌금 100만원 이상의 유죄가 최종 확정된다면 국회의원직을 잃고 차기 대선에 출마할 수 없게 됩니다. 법원 판결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