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소음 판단시 풍속측정 필수
"장비 안갖춰 수치자료 미제출"
동양시멘트 근로자 항소심 승소
警, 뒤늦게 일괄구매 '뒷북행정'


경찰이 적법한 집회 소음 관리에 필요한 풍향계를 그동안 단 한 개도 없이 집회·시위를 관리하다 뒤늦게 장비 구입 계획을 세워 '뒷북 행정'이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27일 대검찰청의 '2018 범죄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이하 집시법) 위반 사건은 총 260건 발생했으며 478명이 입건됐다.

수원지검에서 처리한 집시법 위반 사건은 총 17건(52명)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집회·시위 현장에서 질서 유지와 소음 등을 관리하는 경찰이 풍향계 없이 소음측정기만을 이용해 단속을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 지난 1월 서울중앙지법은 집시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동양시멘트 근로자 A씨에게 무죄를 선고, 경찰이 그동안 잘못된 단속으로 '집시법' 피의자를 양산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A씨는 지난 2015년 9월 서울 종로구 이마빌딩 앞 인도에서 집회를 개최하고 주간 소음허가 기준인 75㏈을 초과한 78.8㏈의 소음을 발생시켜 서울종로경찰서장의 확성기 등 사용중지명령을 받고서도 명령에 불응한 혐의로 기소됐다.

하지만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소음·진동관리법에 따라 생활소음을 측정할 때 풍속이 2m/s 이상일 경우 소음계 마이크로폰에 방풍망을 부착해야 하며, 풍속이 5m/s를 초과할 때에는 측정해선 안 된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또 "이 사건 현장 경찰공무원은 풍속계를 지참하지 않았고, 당연히 풍속을 측정하지도 않았으며, 제출된 소음 측정 자료에도 풍속이 기재돼 있지 않다"고 판시했다.

민주노총 법률원 관계자도 "현장에서 경찰관이 소음을 측정해 고지하면서 동시에 사용중지명령서를 제시해 집회·시위의 자유를 의도적으로 억압하는 사건이 있었는데, 장비도 없이 소음을 측정해 입건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상황이 이렇자 경찰은 뒤늦게 풍향계를 일괄 구매하고 나섰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관계자는 "2019년 상반기에 경찰청에서 풍향계를 구매해 각 지방청으로 분배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손성배기자 so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