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22601001827600087661.jpg
사진은 노무현재단 후임 이사장인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 10월 15일 오전 서울 마포구 노무현재단 사무실에서 열린 이사장 이·취임식에 잠시 생각에 잠겨있는 모습. 이날 행사에서 유 전 장관은 "임용직 공무원이 되거나 공직선거에 출마하는 일은 제 인생에 없을 것임을 분명히 말씀드린다"며 정계복귀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혹세무민 보도가 넘쳐난다"면서 극우 '가짜뉴스'에 대항해 내년부터 유튜브 방송에 진출하겠다고 선언한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화제다. 

유시민은 지난 2013년 통합진보당 분당 사태와 야권 후보 대선 패배의 아픔을 뒤로하고 정계 은퇴를 선언한 후 외견상 '자연인'의 삶을 살아왔다. 

그러던 중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후임으로 노무현재단 이사장에 취임했으며, 이렇듯 '가짜뉴스'와의 전쟁을 선포하자 정치권은 그의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작가이자 방송인으로 지난 수년간 키워온 대중적 인기와 인지도가 만만치 않다는 점도 정치권이 유시민의 행보를 주시하는 이유다.

노무현재단은 내년 1월 2일 유 이사장이 진행하는 팟캐스트의 제목과 기획 의도, 구성을 공식 발표하고, 홍보용 동영상도 공개할 계획이다.

재단 관계자는 26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故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무분별한 명예훼손을 비롯해 정부·여당을 향한 근거 없는 비판에 적극 대응하기 위한 자구책"이라고 말했다.

유 이사장 개인으로서는 지난 6월 시사프로그램 '썰전'에서 하차한 뒤 예능 프로인 '알쓸신잡'에만 출연하며 현안 발언을 최대한 자제해온 스탠스를 6개월여 만에 바꾸는 것이 된다.

유 이사장 측은 '반(反) 지성주의'를 두고 볼 수 없어서일 뿐 정계복귀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지난 22일 한 행사에서 "팟캐스트를 한다고 하면 '노무현재단 이사장 맡아서 밑자락 깐 다음 몸풀기한다'고 보도가 나올 것 같다"고 내다봤고, 실제 그의 예상대로 됐다.

그는 스스로 나설 수밖에 없는 명분으로 '선수'가 없다는 점을 내세웠다.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이 하락세를 나타내는 와중에 자유한국당 홍준표 전 대표가 'TV 홍카콜라'로 히트를 친 반면, 민주당 홍보 채널인 '씀'이 기대에 못 미치는 흥행 성적을 내고 있어 구원투수가 필요했다는 것.

유 이사장은 매주 화요일 하루만 노무현재단으로 출근한다. 평소에는 경기 파주의 한 출판사 건물에 있는 개인 사무실에 주로 머무르며, 바다낚시를 즐기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저를 (대선 후보) 여론조사에 넣지 말아 줄 것을 강력히 요청하는 공문을 보내려 한다"며 대선 출마 가능성을 차단하기도 했다.

하지만 팟캐스트를 통해 민감한 현안을 다루는 과정에서 유 이사장은 현실정치의 무대로 깊숙이 들어올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여권 지지자들 사이에서 더러 '가장 슬픈 친노(친노무현)'로 불리는 유 이사장이 직업정치인으로서의 삶을 '운명'으로 받아들인 문 대통령(역시 과거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지냈다)과 비슷한 길을 걸을 수 있다는 기대 섞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유 이사장과 교류하는 한 정치권 인사는 통화에서 "지금 시점에서는 '다시 정치하지 않겠다'는 그의 말을 액면 그대로 이해해야 한다"면서도 "그의 정계복귀 상황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디지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