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주재한 국민경제자문회의에서 업종별 민관 대화 채널인 '산업혁신전략위원회'를 구성하고 규제개혁·미래지향적 노사관계 구축 등에 힘써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특히 노동조합의 불법 활동이나 정부의 지나친 적폐청산 활동이 기업에 부담이 될 수 있다며,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 개선책을 찾아야 한다는 의견도 함께 나왔다.
김광두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전체회의에서 이런 내용을 담은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경제활력 제고를 위한 대한민국 산업혁신 추진방향'을 보고했다고 자문회의 간사인 김현철 청와대 경제보좌관이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김 부의장은 이번 회의에서 "한국 산업이 기존 전략과 정책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거대한 변화와 도전에 직면했다"며 한국 경제의 최대 과제인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산업 경쟁력 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부의장은 그러면서 산업전략의 방향으로 '사람에 대한 투자' 확대 ▲ 미래지향적 노사관계 구축 ▲ 핵심기술에 대한 선택과 집중 ▲ 플랫폼 정부 구축 ▲ 신속하고 적극적인 규제개혁 ▲ 기업 하려는 분위기 조성 등 6대 추진과제를 제시했다.
김 부의장은 이 가운데 '기업 하려는 분위기 조성' 과제와 관련, "노조의 불법 행위가 좀 과하다고 느끼는 기업들도 일부 있고, (정부의) 적폐청산이라는 것도 기업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런 부분이 없게끔 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청와대 고위관계자가 전했다.
이와 관련, 김 부의장은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적폐청산으로 범법행위나 잘못된 관행을 고치는 것은 필요하나 그 범위·기준이 애매해 다수 기업이 막연한 불안감에 휩싸여 있다"며 "이를 명확하고 투명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노조 활동의 자유는 인정해야 하나 노조의 불법 행위는 막아줘야 한다는 것이 내가 말한 내용의 요지"라고 했다.
'핵심기술 선택과 집중' 과제에 대해 그는 전기차 배터리, 센서 부품, 인공지능(AI), 플랫폼 비즈니스 등을 예로 들며 여기에 집중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김 부의장은 이를 위해 주요 업종별로 산업계·학계·노동계·정부의 대화 채널인 가칭 산업혁신전략위원회를 만들어, 현장의 실정에 맞는 경쟁력 강화 전략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건의했다.
아울러 독일·일본·중국·싱가포르 등 주요국은 이미 국가 경제의 미래를 위해 산업 경쟁력 강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고 소개하면서, 이 중 싱가포르의 '산업변혁지도'를 참고 자료로 제시했다.
그는 거제와 포항의 사례를 비교하며 "거제는 조선 산업의 어려움이 일자리 문제로 이어졌는데, 포항은 제철사업이 버텨 일자리 충격이 덜했다"며 지역 일자리 문제를 언급하기도 했다.
김 부의장의 발표 후 이어진 자문위원들 토론에서는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논의도 오갔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노동비용의 급격한 상승이 이뤄지면 한계기업의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을 했다.
다만 탄력근로제 연장과 관련한 논의는 이날 이뤄지지 않았다고 고위관계자는 전했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공정한 기회 제공 및 혁신 유도를 위해 경제구조와 법 제도 확립이 중요하다. 특히 재벌 중심의 경제구조를 바꾸고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을 통해 기술탈취를 방지해야 한다"라는 의견을 밝혔다.
김기찬 가톨릭대 경영학부 교수 역시 "대기업 중심의 원가주도형 성장 및 투자주도형 성장을 넘어, 중소기업 중심의 혁신주도형 성장으로 도약해야 한다"며 사람 중심 혁신기업 모델을 설명했다.
주상영 건국대 교수는 소득주도성장 정책과 함께 교육·금융·공공부문 개혁이 추진돼야 한다는 점, 김동환 대안금융경제연구소 대표이사는 정부의 적극적 소통이 필요하다는 점을 각각 조언했다.
이날 회의에는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 김수현 정책실장, 김현철 경제보좌관 등 주요 경제정책 담당자들이 참석했다.
김 부의장과 국민경제자문회의 위원들 역시 연구용역·산업별 전문가 간담회·지역현장 방문에 이어 10월 23일 열린 경제정책회의에서 관계부처 장관들과 사전논의를 하는 등 이번 발표를 위해 만반의 준비작업을 거쳤다고 청와대는 전했다.
특히 문 대통령이 최근 경제정책에서 구체적 성과가 필요하다고 연일 강조하는 만큼, 이날 회의 결과를 바탕으로 정부가 산업정책 재정비에 고삐를 죌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문 대통령은 지난 18일 열린 산업통상자원부 업무보고에서 "일각에서는 산업정책이 없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산업 생태계가 이대로 가다가는 무너지겠다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뼈아픈 자성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디지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