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서 '잊혀질 권리'를 주장한 송명빈 마커그룹 대표가 직원을 수년간 상습 폭행하고 협박한 영상이 공개돼 파장이 예상되고 있다.
경향신문은 28일 송 대표가 운영하는 마커그룹의 직원 양 씨의 말을 인용해 그가 수년 간 폭행과 협박에 시달렸다고 보도했다. 이와 함께 송 대표로부터 당한 폭행 동영상과 녹취록 등도 공개됐다.
공개된 영상에는 송 대표가 한 직원과 대화 중 갑자기 주먹으로 얼굴을 때리는 장면이 담겼으며, 직원은 고통에 신음을 토했지만 송 대표는 직원의 등을 두 차례 더 주먹으로 가격했다.
보도에 따르면 해당 영상은 서울 강서구 마커그룹 사무실에서 촬영된 것이며, 직원 양 씨는 2013년 9월 마커그룹에서 일하며 개발을 제외한 모든 업무를 도맡아 했다.
그러나 2016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3년에 걸쳐 송 대표로부터 매일 폭행에 시달렸다.
송 대표는 폭행에 이어 "청부살인으로 너와 네 가족을 해치겠다", "죽을 때까지 맞아야 돼", "네 모가지를 자르는데 1억도 안 들어" 등의 막말을 일삼기도 했다.
더 충격적인 것은 마커그룹의 최 부사장이 송 대표가 양 씨를 쉽게 폭행하도록 양 씨에게 둔기를 갖고 다니게 했다는 점이다.
양 씨는 공익근무요원이던 지난 2013년 9월 송 대표를 돕다가 2014년 11월 마커그룹에 정식 입사했다.
2012년 4월 설립된 마커그룹은 당시 KT스마트금융부에 재직 중인 송 대표의 어머니 안 씨가 대표였다. 송 대표는 그러나 마커그룹의 실질적인 운영자로 권력을 행사했고, 2016년 8월부터 송 대표 강요로 양 씨가 대표이사를 맡았다.
양 씨는 '바지사장'으로 행정부터 운전까지 송 씨의 모든 업무를 도맡았으며, 송 대표는 2014년 9월부터 사내 이사로 재직하다 지난 6월 양 씨가 폭력을 견디지 못하고 해외로 도망가자 7월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양 씨는 "보복이 두려워 지인의 집을 떠돌다 여권을 새로 발급받아 나갔다"면서 "나에겐 잃어버린 6년이 지옥 같은 시간이었다. 지금도 송 대표가 가족을 해칠까 두렵다"라고 전했다.
양 씨 측은 이후 송 대표를 상습폭행과 상습공갈, 근로기준법 위반 등 8개 혐의로 지난달 8일 서울남부지검에 고소했다. 범죄에 가담한 최 부사장에게도 같은 혐의로 고소했다.
검찰은 지난 6일 서울 강서경찰서에 사건을 보냈다.
경찰 관계자는 "고소인 양 씨에 대한 조사를 한 차례 진행했다"라며 "일단 증거자료를 분석한 뒤 참고인 조사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송 대표는 이 같은 논란에 "양 씨는 회사에서 배임·횡령을 저지르고 해외로 도주한 인물"이라며 "한 번도 때리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양 씨가 먼저 저를 폭행하고 폭언하는 등 폭력을 유도했다. 신분증 등은 스스로 내놓은 것이고 즉시 돌려줬다. 영상과 녹음파일은 조작됐을 가능성이 있다"라고 해명했다.
한편 송 대표는 세계 최초 디지털 소멸 원천 특허인 '디지털 에이징 시스템(DAS)'을 보유한 인물이다.
그는 지난 2015년 '잊혀질 권리, 나를 잊어주세요'라는 책으로 이름을 알렸으며, 현재 성균관대 겸임교수이자 방송통신위원회 상생협의회 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박근혜 정부 시절 미래창조과학부의 창조경제타운 우수멘토로 활동했으며, 문재인 대선캠프에서는 집단지성센터의 디지털소멸소비자주권강화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했다.
/손원태 기자 wt2564@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