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수출 세계 6위의 위업(偉業)을 달성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8일 기준 우리나라의 연간수출액 누계가 6천억 달러를 돌파했다고 밝혔다. 수출액 6천억 달러 이상 국가는 미국, 독일, 중국, 일본, 네덜란드, 프랑스 뿐이다. 2011년에 5천억 달러를 돌파한지 7년만이다. 1948년 대한민국 탄생 이래 최고의 고희(古稀) 선물이다. 지난 69년간 연평균 16%씩 급신장한 결과 수출액 규모가 무려 3만194배 성장한 것이다. 한국인의 저력이 여전한 것 같아 흐뭇하다.

산업부에 따르면 반도체, 일반기계, 석유화학 등 주력산업이 선전한데다 신산업과 유망소비재 수출이 증가한 때문으로 진단했다. 아세안(ASEAN)과 인도, 독립국가연합(CIS) 등 신남방, 신북방 수출시장 다변화도 한몫 거들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빛바랜 성적표'라며 시큰둥하다. 한국의 교역조건을 뜻하는 순상품교역지수가 지난 11월 90.49로 1년 전보다 10.9% 하락해 2014년 11월(92.40) 이후 가장 낮다. 순상품교역지수란 수출 1단위 금액으로 구입할 수 있는 수입물량을 의미하는 바 2010년에 100원어치를 수출해서 100원 어치 수입이 가능했다면 지금은 100원 어치 수출해도 90원 어치만 수입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이다.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수입물가 오름세 때문이다. 그리고 반도체 수출호조로 지난 3분기 제조업 영업이익률은 역대최고이나 비IT부문 성장률은 절반에 불과하다. 2014년 이후 비IT 성장세 둔화가 지속되고 있다.

'고용 없는 수출 호황'이란 평가는 압권이다. 취업유발 효과가 작은 반도체와 석유화학이 수출견인차 역할을 해서 고용한파 해소에 별 도움을 못준 것이다. 특정산업에 대한 최종수요가 10억 원 증가할 때 모든 산업에서 직간접적으로 유발되는 취업자수를 의미하는 취업유발계수는 반도체 3.6명, 석유화학 1.9명으로 우리나라 산업평균 12.9명에 한참 못미친다. 산업간 격차 확대 내지 고용과 경기간의 괴리 등 부작용만 확인된다.

한국 신용등급 제고의 주요변수여서 수출확대는 다다익선이다. 그러나 반도체경기마저 정점을 지나고 있다는 진단이 우세해서 내년에도 6천억 달러 수출이 가능할지 미지수이다. 수출주요국들의 경기둔화 조짐과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전쟁 장기화 등도 주목대상이다. 특정 산업의 '나 홀로 수출호황' 타개를 위한 산업구조 재편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