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신년사를 통해 "핵 단추가 내 사무실 책상 위에 놓여 있다는 것이 위협이 아닌 현실"이라고 말했다. 1년이 지난 어제 김 위원장은 2019년 신년사를 통해 "완전한 비핵화는 불변한 나의 입장이자 나의 확고한 의지"라며 "미국이 상응한 행동을 실천한다면 비핵화는 빠른 속도로 전진할 것"이라고 했다. 비핵화 관련 새로운 제안 없이 미국이 제재 완화 등 행동에 나서야 한다는 기존 태도를 재차 강조한 것이다.

그 사이 남북, 북미관계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남북 정상은 지난해 판문점에서 두 번, 평양에서 한번 등 세 번의 정상회담을 가졌다. 6월에는 싱가포르에서 역사적인 북미정상회담이 열렸다. 이런 만남에서 우리와 미국은 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북한에 완전한 비핵화를 요구했다. 하지만 북한은 비핵화의 움직임을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그러면서도 김 위원장은 이번 신년사를 통해 교착상태에 빠진 북미간 비핵화·평화협상을 되살리고 미국과 관계 정상화를 위한 강한 의지를 보였다. "언제든 또다시 미국 대통령과 마주 앉을 준비가 되어 있으며 반드시 국제사회가 환영하는 결과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도 말했다.

그러면서도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비핵화 방안은 언급하지 않았다. 오히려 "미국이 인민의 인내심을 오판하면서 일방적으로 그 무엇을 강요하려 들고 제재와 압박으로 나간다면, 새로운 길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게 될 수도 있다"고 했다. 일종의 경고였다. 반대로 우리에게는 "아무런 전제조건이나 대가 없는 개성공업지구와 금강산관광을 재개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재개는 대북 제재 등의 문제로 실행할 수 없는데도 이렇게 밝힌 것은 우리를 압박해 미국이나 유엔을 설득, 제재 완화를 이끌어내겠다는 의도일 것이다.

하지만 한·미 연합군사훈련과 미국의 전략자산 한반도 전개 중단 요구는 이해하기 어렵다. 이는 향후 남·남 갈등을 부추길 소지가 있다는 점에서 심히 우려된다. 아무리 회담개최 조건이라 해도 북한이 핵을 보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훈련이 중단되는 건 우리가 받아들일 수 없다. 비핵화 없이는 남북관계의 미래도 밝지 않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이 말로만 비핵화를 천명한다고 이를 곧이들을 국민은 그리 많지 않다. 김 위원장이 양복을 입고 소파에 앉아 파격적인 모습을 보였지만 신년사에 비핵화에 대한 진정성이 보이지 않은 것은 실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