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도 '청와대 국민청원'을 빼닮은 '경기도의 소리'를 2일부터 운영하기 시작했다. 지난 2017년 8월 17일 문을 연 청와대 국민청원과 다른 부분이 있다면 5만명 이상 동의한 청원에 대해 도지사가 직접 답변한다는 점이다. '현대판 신문고'라 불리는 국민청원은 직접 민주주의 구현이라는 점에서 도입 당시 신선하고 획기적인 시도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후 인천시 등 대부분의 광역단체에서 유사한 제도를 도입했고, 경기도는 사실 막차를 탄 셈이다. 그런 만큼 기존 청원의 장점은 살리고 문제점은 보완했다는 게 경기도의 입장이다.
'청와대 국민청원'의 경우 음주운전자에 대한 처벌을 크게 강화하는 '윤창호 법' 제정을 이끌어 냈다. 최근에는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사망한 강북삼성병원 임세원 교수를 애도하는 글이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 재발 방지를 위한 법 개정에 나섰다. 이처럼 국민청원을 통해 사회적 이슈가 되고 정책 변화나 입법을 이끌어낸 사례가 적지 않다.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절반이 넘는 64% 가량이 국민청원 제도가 사회문제 해결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
하지만 순기능 이면에 역기능도 적지 않다. 대표적인 사례가 '이수역 술집 폭행사건'이다. 지난달 14일 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남성 다섯 명이 여성 두 명을 무차별 폭행했고, 경찰 대처도 미흡했다는 글이 올라왔다. 이같은 내용은 언론 등을 통해 확대 재생산됐고, 한동안 포털사이트 검색어 상위권을 지키며 사회적 파장을 몰고 왔다. 하지만 경찰 수사 결과 양측의 '쌍방 폭행'이었고, 초동 대처에도 문제가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처럼 과장과 왜곡, 혐오, 집단이기주의 등이 뒤섞인 일방적인 폭로가 확인 과정 없이 무분별하게 확대되는 통로로 국민청원이 악용되고 있는 것도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도는 이 같은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허위사실을 걸러주는 사전 적절성 검토단계를 도입하고, SNS 등 소셜 계정을 이용한 로그인 등으로 부작용을 최소화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어떤 제도든 부작용을 완전히 차단할 수 없다. 세상엔 선의가 악의로 둔갑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경기도의 소리'가 막차를 탄 만큼 기존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도민들의 올곧은 목소리가 전달되는 통로로 운영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사설]'경기도의 소리', 직접민주주의 순기능을 기대한다
입력 2019-01-03 20:57
수정 2019-01-03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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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04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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