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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오는 11일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를 받는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할 예정이라고 4일 발표했다. 전직 대법원장이 피의자로 검찰 조사를 받기는 헌정 사상 처음이다. 사진은 지난 2018년 6월 1일 경기도 성남시 자택 인근에서 재임 시절 일어난 법원행정처의 '재판거래' 파문과 관련해 입장을 밝히는 양 전 대법원장 모습. /연합뉴스

사법행정권 남용 사건의 핵심 피의자인 양승태(71) 전 대법원장 소환을 하루 앞두고 검찰은 10일 막바지 조사 준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지금까지 확보한 관련자 진술과 증거자료를 토대로 질문지를 점검하고 세부전략을 가다듬으며 양 전 대법원장 피의자 신문을 준비하고 있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의 40여개 혐의 가운데서도 핵심으로 꼽히는 징용소송 재판거래 의혹에 대해 먼저 신문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전범기업을 상대로 낸 소송을 일단 지연시킨 다음 원고 패소로 재판을 뒤집어주는 대가로 청와대로부터 상고법원 설치, 법관 해외파견 등에 도움을 받았다는 게 의혹의 골자다.

징용소송 재판거래 의혹은 법원행정처와 대법원, 청와대, 외교부, 일제 전범기업을 대리한 김앤장 법률사무소 등 당사자간 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물을 내용이 많다. 또 '사법농단' 사태에 대한 양 전 대법원장의 책임을 무겁고도 명확하게 물을 수 있는 사안인 점을 감안해 조사 순위를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징용소송 관련 의혹에 이어 ▲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처분 행정소송 ▲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댓글사건 재판 ▲ 옛 통합진보당 의원지위 확인소송 등 재판에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의혹과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 비자금 3억5천만원 조성 혐의 등을 차례로 물을 방침이다.

신문은 단성한·박주성 부부장 등 수사 초반부터 실무를 책임진 검사들이 돌아가면서 하고 신봉수 특수1부장이 총괄한다. 검찰은 조사 진도와 무관하게 양 전 대법원장을 심야조사 없이 일단 귀가시키기로 했다. 혐의가 방대해 밤샘조사를 하더라도 준비한 신문을 한 번에 끝내기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검 주변은 이날부터 방송사 중계차량이 속속 자리를 잡고 포토라인이 설치되는 등 분주한 분위기와 함께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양 전 대법원장이 비판여론에도 불구하고 검찰에 출두하기 직전 대법원에서 입장발표를 하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으면서 물리적 충돌에 대한 우려가 더해지는 상황이다.

양 전 대법원장 측은 "대법원 청사 로비가 안 되면 정문 앞에서라도 입장발표를 하겠다. 충돌이 있더라도 감수하겠다"는 입장이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법원본부는 "사법농단 몸통 양승태의 오만이 극치에 달했다"면서 전국 법원본부 간부들에게 소집령을 내리고 기자회견을 저지할 태세다.

대법원은 양 전 대법원장 측에서 어떠한 요청이나 문의도 오지 않았다며 당혹스러운 표정이다. 다만 퇴직자 개인에 불과한 양 전 대법원장이 대법원 경내에 취재진을 모아놓고 회견을 해도 되는지 청사보안 규정 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당혹스럽기는 검찰도 마찬가지다. 서울중앙지검 청사를 하루 동안 폐쇄하며 전직 사법부 수장을 예우하고 안전 조치를 했는데도 굳이 위험을 감수하겠다는 이유에 대해 갖은 해석이 나오고 있다.

서울중앙지검과 대법원 인근을 관할하는 서울 서초경찰서도 비상이 걸렸다. 경찰은 대법원 기자회견 때 폴리스라인을 설치하고 동선을 중심으로 10개 중대 경력을 배치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할 방침이다. 

상황에 따라 출근시간대 지하철 서초역 주변 도로가 통제될 가능성도 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당사자와 상의도 없이 고압적인 태도로 회견을 결정해 통보하고 주변에서 말리는 사람도 없는 지금 상황이 사법농단 사태가 어떻게 벌어졌는지 보여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