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자유한국당 입당을 공식화하면서 전당대회 구도가 요동치고 있다.
황 전 총리뿐 아니라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 유력 주자들이 속속 전대 준비에 속도를 높이며 '빅 매치'가 가시권에 드는 모습이다. 본격적으로 당권 경쟁에 불을 붙인 것은 황 전 총리의 입당이다.
황 전 총리는 오는 15일 한국당에 입당하고 기자 간담회를 할 계획이다. 전대 출마에 대해서는 입장을 밝히지 않았지만, 출마가 확실시되고 있다.
황 전 총리는 1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나라가 크게 흔들리고 국민들께서 힘들어하고 계신데 이 때 가장 중요한 것은 황교안 개인이 아니라 대한민국과 우리 국민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당의 변화와 혁신에 힘을 보태고, 국민들의 삶을 나아지게 하며, 우리가 지켜온 소중한 대한민국의 안녕과 발전을 위해, 제가 가진 모든 것을 다 바쳐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황 전 총리에게 덧씌워진 '친박(친박근혜) 프레임'이 강해 이를 극복할 수 있을지 관심이다. 황 전 총리가 유력 주자인 것은 사실이지만, 확장성에 한계가 명확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의원은 연합뉴스 통화에서 "황 전 총리를 지지하는 의원들은 대부분 친박계"라며 "황 전 총리가 당 대표가 되면 도로 친박당이 되고 다시 탄핵 프레임으로 들어가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또 다른 유력 주자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다.
오 전 시장은 이미 의원회관을 돌며 한국당 의원들을 한 차례씩 만났으며, 또다시 회관을 돌며 의원들을 만나 지지를 호소할 계획이다.
오 전 시장은 높은 대중적인 인지도에, 상대적으로 젊은 이미지가 강점이다.
오 전 시장은 박 전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한국당을 탈당했다가 복귀한 비박(비박근혜)계로, 비박계가 오 전 시장에게 표를 몰아주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2011년 오 전 시장이 서울시장을 중도 사퇴하며 보수 진영의 위기를 초래했고, 지난해 지방선거에서도 서울시장 출마 요청을 뿌리치는 등 자기희생이 없다는 당 일각의 부정적 인식을 극복하는 게 최대 과제다.
황 전 총리와 오 전 시장이 유력 당권 주자로 부상하면서 이번 전대가 또다시 황 전 총리를 지지하는 친박계 대 오 전 시장을 지지하는 비박계의 계파 대결 구도로 치러지는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범친박계로 분류되는 김태호 전 경남지사 역시 유력 주자이지만, 아직 출마 여부를 놓고 확답을 하지 않고 있다.
최근 구독자 수 23만명을 넘기며 유튜브 1인 방송 'TV홍카콜라'에 열을 올리는 홍준표 전 대표의 출마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이미 당권 경쟁에 뛰어든 현역의원들 역시 출마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이들은 이번 전대는 대선주자를 뽑는 선거가 아니라며 차기 총선을 승리로 이끌고 다음 대선을 안정적으로 관리해 정권 교체의 기반을 다질 수 있는 대표를 선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다음 대선까지 3년이나 남은 상황에서 유력 대선주자가 조기 등판한다면 상처만 입을 것이라는 논리다.
심재철 의원은 통화에서 "이번 선거는 대선후보를 뽑는 선거가 아니다"면서 "대선후보가 당 대표가 된다면 대표 인기에 따라 당이 부침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광주 출신의 심 의원은 수도권에 이어 광주와 전남·전북 지역 등 호남 지역을 돌며 지역 지지기반 다지기에 주력하는 상황이다.
정우택 의원 역시 통화에서 "앞으로 대선까지 3년이나 남은 상황에서 대선주자가 나오는 게 맞는지 잘 생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정 의원은 부산·대구·경남 창원 등 한국당의 주요 지지기반인 영남지역 주요 도시와 인천과 충남 지역 등을 다니며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주호영 의원도 "대선주자가 당권을 잡았다고 계속해서 순항할 수 있겠느냐. 기존에 당에 책임 있는 사람들은 뒤로 물러나고 새 사람으로 가야 한다"며 '관리형 새 간판'을 강조하고 있다.
또 김문수 전 경기지사는 페이스북에서 "문재인정권 폭정에 맞서 모든 애국세력은 뭉쳐서 싸워 이겨야 할 역사적 사명이 있다. 황 전 총리는 백의종군의 자세로 구국의 성전에 앞장서 주기를 바란다"며 당심을 파고들고 있고, 김진태 의원은 전국 당협을 돌며 지지세 확장에 주력하는 모양새다.
/디지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