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자극 없는 자발통·통각과민 등 대표적
중추 부위 이상땐 언어장애·마비 증세 동반
발생원인 다양… '혈액순환 문제' 오해 금물
찬 바람이 불고 기온이 낮아지는 겨울에 손발 저림 증상을 보이는 환자가 증가한다.
보통 손과 발의 저림 증상은 혈액 순환이 제대로 안 되면서 발생한다. 잘못된 자세를 오랜 시간 유지하면 일시적으로 손발 저림 증세가 발생한다. 하지만 손발 저림이 지속적으로 이어지면 신경계 문제를 의심해야 한다.
저림증은 감각 신경계 손상으로 나타나는 '신경병 통증'의 한 형태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가톨릭관동대 국제성모병원 이수진 교수(신경과)의 조언으로 신경계 이상으로 인한 손발저림증에 대해 알아봤다.
사람 몸의 신경계는 크게 뇌와 척수에 있는 중추 신경계와 신체의 감각을 중치 신경으로 전달하는 통로인 말초 신경계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중추 신경계 또는 말초 신경계의 이상이 손발저림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뇌졸중 등 중추 신경계 이상으로 발생하는 손발 저림은 언어 장애, 마비 등 다른 증상과 함께 나타나지만, 말초 신경계 이상으로 나타나는 손발 저림은 증상이 천천히 진행되고 지속적으로 악화되는 특징이 있다.
또 특정 부위에만 손발 저림이 나타나 사람들이 질환으로 보지 않고 그냥 지나치는 경우가 많다.
신경계 이상으로 인한 저림 증상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외부 자극이 없는 상태에서 칼로 베이는 듯한 통증을 느끼는 자발통(自發痛)이 대표적이다.
피부에 종이나 옷감이 스칠 때 느껴지는 이질통(異質痛)이 있는가 하면, 평소에 통증이 없는 자극에도 큰 아픔을 느끼는 통각과민(痛覺過敏)도 있다.
손발 저림 증상을 보이는 환자는 본인의 통증이 어떤 형태로 발생하는지 정확하게 아는 게 중요하다.
이수진 교수는 "저리다라는 한 단어로 표현되지만 손발저림은 증상과 원인 질환이 매우 다양하다"며 "지속적으로 손발저림 증상이 나타난다면 정확한 원인 파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손발 저림 증상을 유발하는 원인 질환 역시 다양하다. 디스크(추간판탈출증), 척추관협착증을 비롯해 손목을 과도하게 사용해 나타나는 손목터널증후군도 저림 증상을 발생시킨다.
손발 끝 부분에서 통증이 시작돼 몸통까지 확대되는 다발성 말초신경병증도 있다. 다발성 말초신경병증은 당뇨병, 만성신부전증, 음주, 영양결핍 등의 원인에 의한 2차 합병증으로 발생한다.
이수진 교수는 "손발저림의 치료는 단순 진통제보다 정확한 진단 아래 신경병성 통증에 알맞은 약물치료와 증상에 맞는 대증치료를 진행한다"고 말했다.
또 "말초신경은 손상된 이후 다시 회복되는데 많은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환자의 지속적인 치료 협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명래기자 problema@kyeongin.com 일러스트/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