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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오후 광주 오포읍 문형리 '광주 오포 물류단지 부지 조성공사' 현장 앞에 물류단지 개발 반대와 지역 주민 생존권 보장을 요구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임열수기자 pplys@kyeongin.com

조성 예정·진행중인 퇴촌·오포 일대
상인들, 좁은 도로 점령·주차난 우려
"누가 여기까지 오겠나" 거센 반발
초월읍 "입점후 버스 제시간에 안와"


"대형 트럭들이 허구한 날 오갈 텐데, 사람들이 토마토 사러 여기까지 오겠어?"

15일 오전 11시께 광주시 퇴촌면의 '퇴촌 물류단지' 부지와 불과 100여m 떨어진 도수3리 마을. 이곳에서 만난 주민 이성노(74)씨는 집에서도 훤히 보일 만큼 가까운 물류단지 부지를 보고선 깊은 한숨부터 내쉬었다.

그의 걱정은 단연 '생계'였다. 마을 주민 대부분이 토마토 농사를 짓고 있는데, 가뜩이나 좁고 불편한 도로를 트럭들이 점령하면 어느 누가 이 곳을 찾아 오겠냐는 것이다.

경안천 자락에 위치한 퇴촌면의 평화가 무참히 깨진 건 지난해 10월 퇴촌 물류단지가 국토교통부의 실수요검증을 통과했다는 사실이 알려진 뒤부터다.

주민들은 이후 비상대책위원회를 조직해 물류단지 반대를 위한 행동에 나섰고, 퇴촌면 일대 곳곳에 '결사반대' 현수막을 내걸었다.

이미 착공한 광주시 오포읍의 '오포 물류단지' 인근 주민들도 반대 의사를 명확히 하고 있다. 이날 오후 찾은 공사장 입구는 여전히 '지옥 난개발 반대' 한다는 내용의 현수막이 걸려있었다.

공사의 여파로 이곳에서 장사를 하는 상인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오포 물류단지의 경우 차량 통행이 많아지는 것을 고려해 현행 2차선인 이 일대 도로를 4차선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인데, 그나마 있던 주차 공간이 도로와 인도로 편입되면서 주차난을 우려하는 것이다.

고깃집을 하는 양순종(54)씨는 "지금도 먼지 날리고 큰 차들이 왔다갔다 하는데, 주차공간까지 없으면 누가 오겠냐"고 토로했다.

퇴촌면 오포읍 주민들이 목숨을 걸고서라도 물류단지 조성을 반대하는 이유는 광주시 내 이미 들어선 물류단지 인근 원주민들이 겪고 있는 고통과 관련 있다. 현재 광주지역에는 경기도 내 물류단지(26개소)의 34.6%인 9개소가 밀집돼 있다.

이 중에서도 광주시 내 최대 규모 물류단지 중 하나로 손꼽히는 초월읍의 '초월 물류단지' 인근 주민들은 입점 이후 일상이 바뀌었다고 입을 모은다. 물류단지 규모에 부합하는 교통 등 인프라를 제대로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신월2리 마을회관에서 만난 한 주민은 "마을 앞 도로가 2차선인데, 출근 시간만 되면 트럭들로 가득찬다"며 "물류단지 입점 이후 버스를 제 시간에 타본 적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퇴촌·오포 등 물류단지 입점을 반대하는 주민들은 현재 우후죽순 늘어나는 물류단지 인허가 과정 등에 문제가 없었는지에 대한 감사원 감사 청구를 준비 중이다.

/이윤희·배재흥기자 jhb@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