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 여자선수들의 탈의실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던 전 남자 수영 국가대표 선수가 항소심에서는 실형을 선고받았다.

검찰은 자백 외에 별다른 증거가 없어 애를 먹던 중 항소심 재판 과정에서 몰카 영상을 증거로 제출, 유죄를 끌어냈다.

수원지법 형사항소6부(부장판사·김익환)는 17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수영 국가대표 출신 정모(27)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 징역 10개월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또 40시간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와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5년 취업제한을 명령했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최모(29)씨 등 다른 선수 4명에 대해서는 검사의 항소를 기각하고,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유지했다.

정씨는 지난 2009∼2013년 6차례에 걸쳐 경기도의 한 체육고교와 진천선수촌의 여자 수영선수 탈의실에 만년필 형태의 몰래카메라를 설치하는 수법으로 여자 선수들의 탈의 장면을 촬영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수사 과정에서 정씨는 자신의 범행 사실을 자백했지만, 자백을 보강할 추가 증거가 발견되지 않으면서 지난해 12월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지난해 6월 시작된 항소심도 비슷한 양상으로 재판이 전개되던 중 같은해 9월 익명의 제보자로부터 입수한 13분 38초 분량의 영상이 담긴 CD 1장을 항소심 재판부에 증거로 제출했다.

해당 영상에는 정씨가 몰카를 제대로 설치했는지 확인하는 장면을 포함해 복수의 여자선수 모습이 담겨 있었다.

항소심 재판부는 "정 피고인은 여자선수들의 나체를 촬영해 함께 운동한 선수들에게 배신감과 치유하기 어려운 상처를 남겼다"며 "다만 범행 일체를 자백하고 반성하는 점, 동종 범죄로 처벌받은 전력이 없는 점, 일부 범죄는 청소년기에 이뤄진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판시했다.

/손성배기자 so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