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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제2차 북미 정상회담 일정과 의제 등 논의차 워싱턴에 가기 위해 17일 오후(현지시간) 베이징(北京) 공항에서 워싱턴행 항공기 탑승 전 보안검사 받는 김 부위원장. /연합뉴스

김영철 북한 국무위원장이 17일(현지시간) 미국 수도 워싱턴DC에 여장을 풀고 2박 3일의 방미 일정에 돌입했다. 지난해 5월 말∼6월 초 1차 방미가 이뤄진 지 7개월여만이자 11월 8일로 잡혔던 뉴욕 북미고위급 회담이 북측의 요청으로 무산된 지 70일 만에 다시 미국 땅을 밟은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2차 북미 정상회담으로 가는 길목에 이뤄진 이번 방미는 대북제재를 둘러싼 힘겨루기 등으로 한동안 막혀 있던 북미 협상의 돌파구를 마련하는 한편, 2차 북미정상회담 개최를 위한 조율을 매듭지을 중대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5월 말∼6월 초 김 부위원장의 방미 당시 좌초된 6·12 북미 정상회담을 다시 살려내며 싱가포르로 가는 길을 닦았던 두 사람이 이번에도 다시 의기투합, 북미 대화를 다시 본궤도에 올려놓으며 2차 핵(核)담판의 징검다리 역할을 할지 주목된다.

이번 방미의 하이라이트는 무엇보다 김 부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백악관 회동이다. 김 위원장의 특사 격으로 워싱턴DC를 찾은 김 부위원장의 손에 들려있을 김 위원장의 친서에 어떠한 메시지가 담겨 있을지,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대해 어떠한 '응답'을 내놓을지 등 북미 정상 간 '간접대화' 내용에 따라 2차 핵 담판 등 향후 북미대화의 향배가 달려있을 수 있어서다. 이르면 회담 직후 바로 2차 북미 정상회담의 날짜와 장소 등 '로지스틱스'(실행계획)이 발표될 수 있다.

북한 관리가 미국의 정치·외교적 심장부인 수도 워싱턴DC로 '직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큼 이번 방미의 무게감을 더해주는 대목이다. 방미 기간 트럼프 대통령과 폼페이오 장관, 지나 해스펠 중앙정보국(CIA) 국장과의 연쇄 면담 등이 예정된 것으로 알려지는 등 철통 경호 속에 파격의전과 특급대우가 이뤄질 전망이다. 구체적 동선이 아직 베일에 가려진 가운데 '깜짝 이벤트'가 이뤄질지도 주목된다.

◇트럼프-김영철 2차 백악관 회동…김정은 친서 메시지 주목 = 김 부위원장의 이번 방미 기간 하이라이트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 부위원장의 면담이다.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의 좌초 위기 와중에 이뤄진 지난해 1차 방미 당시 뉴욕으로 입국했던 김 부위원장은 폼페이오 장관과의 고위급 회담 후 육로로 워싱턴DC로 이동, 6월 1일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만났다. 김 위원장의 친서가 건네진 90분간의 이 회동은 곧바로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 개최 확정 발표로 이어지는 등 한차례 무산 직전까지 갔던 회담을 완전히 살려놓는 역할을 했다.

당시 친서를 건네받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 부위원장의 사진이 공개되면서 초대형 친서 봉투가 화제에 오르기도 했다.북측이 이번에 뉴욕 등을 '우회'하지 않고 워싱턴DC로 직행하는 것 자체가 그만큼 트럼프 대통령과의 면담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는 대목으로 볼 수 있다는 게 대체적 관측이다. 북측은 북미 간 협상을 '지도자 대 지도자의 관계'로 여기며 트럼프 대통령과의 '직접 담판'을 선호해왔다. 지난해 11월8일 뉴욕 고위급 회담이 막판에 틀어진 것을 두고도 트럼프 대통령의 프랑스 방문 일정상 면담이 여의치 않게 된 것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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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워싱턴DC 부근 덜레스국제공항에 도착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대남담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 일행이 탄 것으로 추정되는 검은색 대형 SUV 차량 5대가 도착 1시간여 만인 오후 7시 35분께 경찰차 호위 속에 공항을 빠져나갔다. 사진은 김 부위원장 일행이 탄 차량이 출발하기 직전 눈이 내리는 가운데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앞줄 왼쪽 세번째) 등이 영접하는 모습. /연합뉴스

무엇보다 김 위원장이 '복심'인 김 부위원장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어떠한 메시지를 전달할지가 관심을 끈다. 이번 친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주말 인편으로 김 위원장에게 전달한 친서에 대한 '답장' 성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 북미 정상은 그동안 고비마다 직접 친서를 주고받는 톱다운 소통으로 교착 국면을 뚫어온 바 있다. 2차 북미 정상회담 날짜·장소에 대해 김 위원장의 '답'이 담겨있을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비핵화 등에 대한 중대 결심 등이 들어있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여기에 특유의 파격 스타일을 고려할 때 트럼프 대통령이 이 자리에서 북측이 희망하는 상응 조치에 대한 보따리를 풀어놓을지도 관심거리이다.

◇2차 북미 정상회담 날짜·장소 매듭지을 듯…'2월 베트남 확정발표'? = 이번 방미의 1차 목표는 가시권 안으로 들어온 2차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시간표와 장소 등 실행계획을 최종 조율하기 위해서다.

'폼페이오-김영철 라인'의 북미 고위급 회담을 거쳐 백악관 회동에서 얘기가 잘 되면 트럼프 대통령이 김 부위원장을 만난 직후 2차 핵담판의 날짜와 장소 등 기본 일정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워싱턴포스트(WP)도 이르면 18일 2차 정상회담 계획이 발표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보낸 친서에서 베트남과 태국 등 2곳을 선택지로 제시하며 결정을 김 위원장에게 '일임'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가운데 김 위원장이 김 부위원장을 통해 어떤 답을 내놓을지가 관건이다.

상징성과 접근성 등 면에서 베트남이 1순위로 급부상한 상태이다. 그동안 수도인 하노이가 최우선 후보지로 거론돼 온 가운데 WP는 장소는 베트남 다낭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시기의 경우 보통 준비에 6주 정도 소요되는 점 등을 감안해 '2월 말∼3월 초' 개최설이 워싱턴 외교가 안팎에서 무게 있게 거론됐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2월내 개최를 제안했다는 외신 보도도 잇따른 바 있다. 두 정상의 결심만 서면 시기는 '2월말∼3월초'보다 좀 더 앞당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WP는 '3∼4월 개최'에 무게를 싣기도 했다.

◇비핵화 실행조치-상응조치 '예비담판' 돌파구 뚫을까 = 오랜만에 마주 앉는 북미가 이번 테이블에서 주파수를 맞춰야 할 또 하나의 과제는 2차 정상회담의 의제 조율이다.

'톱다운 협상'의 특성상 최종 담판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몫으로 그 공이 넘어가겠지만, 북한의 비핵화 실행조치와 미국의 상응 조치 간 주고받기 조합에 대한 1차 청사진은 이번 고위급 회담에서 어느 정도 그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당초 요구했던 '핵 신고' 카드는 일단 뒷순위로 접고 유연한 입장으로 돌아선 가운데 북한이 이미 거론한 영변 핵시설 폐기 및 동결, 미국의 연락사무소 개설 및 인도지원 재개 카드 등이 협상 테이블 위에 올라올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조건 없는 재개' 의지를 밝힌 개성공단·금강산관광 문제와 관련해 제재 예외 적용 등의 문제도 거론될 가능성이 있다. 역시 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거론한 평화협정을 위한 중국 등 다자회담 체제 가동 문제도 테이블에 오를 수 있다.

특히 '궁극적 목표는 미국민의 안전'이라는 폼페이오 장관의 최근 발언과 맞물려 이번 회담에서는 핵탄두나 핵물질보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폐기에 초점을 맞출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ICBM 폐기 또는 해외 반출과 제재완화를 서로 맞교환하는 조합인 셈이다.

김 부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백악관 면담에서 비핵화 실행조치와 상응 조치에 대한 파격 카드가 서로 교환될지도 주목된다. 김 위원장의 친서에 미국의 눈높이를 맞출 수 있는 중대 결단이 나올지에 관심이 쏠리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그동안 북미 간 입장차로 비핵화 협상이 제대로 진도를 빼지 못한 상태에서 이번 2차 핵 담판을 통해 엉킨 실타래를 풀지는 예비담판 성격인 이번 방미에서의 논의 결과가 그 가늠자가 될 전망이다. 서로 기존의 요구에서 한걸음씩 물러나 진전된 결과를 도출한다면 이후 북미간 논의가 내용 면에서도 급물살을 타게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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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17일(현지시간)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의 도착에 앞서 워싱턴DC 인근 덜레스 공항에 도착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비건-최선희 라인' 실무협상으로 이어질까…'스웨덴 회동' 성사 주목 = 이번 김 부위원장의 방미와 관련, 관전 포인트 가운데 하나는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그 카운터파트인 최선희 북 외무성 부상과의 실무협상 라인의 본격적인 가동으로 이어질지 여부이다.

비건 특별대표와 최 부상의 북미 실무협상 채널은 지난해 8월 비건 특별대표가 임명된 뒤 지금까지 한 번도 가동되지 못한 상태로,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의제 및 실행계획 조율을 위해 조만간 본격적으로 돌아가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제기돼 왔다.

최 부상이 국제회의 참석차 스웨덴행 비행기에 몸을 실은 가운데 '워싱턴 대화'가 순조롭게 진행되면 비건 특별대표가 김 부위원장의 방미 후 스웨덴으로 이동, 실무협상 채널 가동으로 이어지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온다.

김 부위원장을 '영접'하기 위해 덜레스 공항에 나온 비건 특별대표는 최 부상을 만나러 스웨덴을 방문할 것이냐는 질문에 즉답하지 않은 채 말을 아꼈다.

다만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표현대로 실무협상에서 본격적인 디테일 싸움이 시작될 경우 힘겨루기가 재연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6·12 싱가포르 정상회담 전 가동됐던 '성김-최선희 라인'에서 비핵화에 대한 세부조율까지 들어가지 못하고 선언적인 공동성명 도출에 그쳤던 선례가 자칫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도 워싱턴 조야에서 나오고 있다.

◇파격의전·특급 대우 속 '깜짝 이벤트' 있을까 = 미 행정부가 전례없는 침묵을 이어온 가운데 세부 일정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김 부위원장의 1차 방미 때에는 '5월 30일 뉴욕 도착 및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의 만찬→5월 31일 폼페이오 장관과의 본회담→6월 1일 육로로 워싱턴DC 이동 및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의 백악관 면담 후 뉴욕 복귀→6월2일 귀국'의 3박 4일 일정이었다.

북한 관리의 사상 첫 워싱턴DC 직행이 갖는 무게 등을 감안할 때 '007작전'을 방불케 하는 철통 경호가 예상되는 가운데 미국측은 이번 2차 방미 기간에도 국무부 외교경호실(DSS)을 주축으로 특급경호 등 파격의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과 외교·정보 수장을 모두 만나는 것 자체가 특급대우로 여겨지고 있다.

극도로 외부 노출을 꺼리는 김 부위원장의 스타일을 감안, 김 부위원장이 미국 땅에 발을 내딛는 순간부터 보안과 의전에 더 각별한 신경을 쓸 거란 이야기도 들린다.

지난해 1차 방미 당시 뉴욕의 화려한 마천루를 잇는 스카이라인 야경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38번가의 55층짜리 코린티안 콘도미니엄에서 열린 '맨해튼 만찬'에 이어 이번에는 어떠한 파격 이벤트가 이뤄질지 관심을 끈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면담 후 만찬이 이뤄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날로 27일째를 맞은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 사태의 여파가 김 부위원장의 방미에까지 미칠지도 관심을 끈다. 셧다운이더라도 국무부 인력 30%가 근무하는 만큼 경호 등 일정 수행 지원에 당장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게 워싱턴 외교가 주변의 설명이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4일 미 대학풋볼대회 우승팀 '클렘슨 타이거스' 선수들을 백악관으로 초대했을 당시 셧다운 사태로 백악관 요리사들이 출근하지 않으면서 햄버거와 피자 등 패스트푸드로 파티를 한 바 있어 이번에도 '진풍경'이 벌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