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정부가 중국 정부에서 미세먼지 문제에 대해 '한국이 중국 탓만 하기보다는 스스로 관리에 힘쓰라'고 주장한 것에 대해 "바보가 아닌 이상 그렇게 말할 수는 없다"고 맞섰다.
환경부 고위 관계자는 21일 한 언론과의 통화에서 "북반구에서 편서풍이 불고, 특히 가을과 겨울 한국이 중국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사실은 상식"이라며 "내일부터 열리는 양국 간 회의에서 중국 측에 할 말을 세게 하겠다"고 의지를 밝혔다.
이 관계자는 특히 "중국도 한국이 자기네 영향을 전혀 안 받는다고 얘기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서쪽에서 불어오는 황사가 베이징을 덮치고 우리나라에도 넘어오는 상황에서 바보가 아닌 이상 그렇게 말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앞서 류빙장 중국 생태환경부 대기국 국장은 이날 월례 브리핑에서 한국을 상대로 "다른 사람이 자기한테 영향을 준다고 맹목적으로 탓하기만 하다가는 미세먼지를 줄일 절호의 기회를 놓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류 국장은 "중국은 대대적인 대기오염 감소 조치를 내놓은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오염물질이 40% 이상 개선됐지만, 한국의 공기 질은 그대로이거나 심지어 조금 나빠졌다"고 주장했다.
앞서 지난달 28일에는 류여우빈 생태환경부 대변인이 비슷한 주장을 해 한국의 반발을 초래한 바 있다.
중국은 대기 질을 개선하기 위해 공장을 셧다운 할 정도로 강력한 조처를 하는 상황에서 한국 언론과 국민은 고농도 미세먼지가 발생할 때마다 중국에 비난의 화살을 돌리는 데 대한 반발의 측면이 있다고 환경부는 전했다.
한국과 중국 정부는 오는 23∼24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외교부 주관으로 제23차 한·중 환경협력 공동위원회를 열어 양자·지역·글로벌 차원의 환경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할 방침이다.
공동위와 연계해 오는 22일에는 제3차 한·중 환경협력 국장회의, 제1차 한·중 환경협력센터 운영위원회를 개최한다. 두 회의는 환경부 주관이다.
환경부 고위 관계자는 중국 측 주장에 대해 "중국의 대기 질이 40% 개선됐다고 해도 우리보다는 여전히 수치가 엄청나게 높다"며 "한국이 중국의 영향을 100% 받지 않는 이상 한국도 똑같이 40% 낮아질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맞섰다.
서울의 하루 평균 초미세먼지(PM-2.5) 농도가 지난 2015년 관측 이래 최악인 129㎍/㎥까지 치솟았을 무렵 중국에서는 500㎍/㎥까지 오른 대도시도 있었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서울과 중국 베이징의 지난해 연평균 초미세먼지 농도는 각각 23㎍/㎥, 51㎍/㎥에 달한다.
2015년 23㎍/㎥이었던 서울의 연평균 초미세먼지 농도는 2016년 26㎍/㎥로 높아졌다가 2017년 25㎍/㎥에 이어 지난해 23㎍/㎥로 낮아졌다.
국내 미세먼지의 국외 영향 비중은 평소에는 연평균 30∼50%, 고농도 시에는 60∼80%라고 환경부는 추정하고 있다.
앞서 한·중·일 3국은 지난해 '동북아 장거리이동 대기오염물질 공동연구(LTP) 보고서'를 공개할 예정이었지만 중국의 반대로 무산된 바 있다. 이 보고서는 올해 11월 일본에서 열리는 제21차 한·중·일 환경장관회의(TEMM21)에서 공개될 예정이다.
환경부 고위 관계자는 "올해 안에 관련 보고서도 나올 테니 지금 당장 '너희 탓'이라며 싸울 필요가 없다"며 "내일과 모레 회의에서 호흡 공동체로서 여러 가지 협력 사업을 하자고 중국에 제안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송수은기자 sueun2@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