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24일 새벽 수의를 입고 의왕시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 명재권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부장판사가 양 전 대법원장의 영장실질심사에서 검찰이 주장한 구속 사유를 인정한 것이다. 명 판사는 구속 사유로 범죄사실의 혐의가 소명되고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71년 사법역사 최초이자 헌정 사상 처음으로 전직 대법원장이 범죄혐의를 받고 수감된 상황을 지켜보는 국민의 심경은 참담하다.

검찰이 양 전 대법원장에게 적용한 혐의는 직권남용과 권리행사방해 등 40여개에 달한다. 상고법원 설치를 위해 청와대와 재판거래를 하고 특정법관들에게 인사 불이익을 주는 등 삼권분립을 위배함으로써 헌법질서를 위협했다고 지적했다. 양 전 대법원장 측은 '사법부 수장으로서 대법원 선고에 따른 파장 등에 대한 생각과 고민을 전달하는 수준이었다'거나 '대법원장의 정당한 인사권 행사였다'고 반박했지만 인정받지 못했다.

이제 소위 사법농단 사태는 발원지인 법원의 최종판단으로 넘겨졌다. 사법농단을 주장하는 검찰과 부인하는 양 전 대법원장의 법정 다툼은 치열할 것이다. 최종심까지 가게되면 현직 대법관과 전직 대법원장이 만나게 된다. 현 김명수 대법원장 취임 이후 재판거래와 판사 블랙리스트에 대한 자체조사 결과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의 사법권한 남용의혹이 없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김 대법원장은 법원 내부의 반발과 비난 여론을 수용해 검찰수사 협조 의사를 밝혔다. 결국 자체 해결의 용단을 미루고 여론에 밀려 검찰로 떠넘겼지만 최종 심판의 의무를 다시 맡게 된 셈이다.

양 전 대법원장의 구속 여부와 관련 반드시 구속해야 한다는 여론과 구속에 반대하는 여론이 엇갈렸다. 그래도 직권남용이란 혐의의 모호성과 전직 대법원장을 꼭 수의를 입혀 재판할 필요가 있느냐는 사법권위 옹호론에 따라 구속은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다. 하지만 구속을 요구하며 법원을 압박하는 우리 사회 신주류의 압박은 거셌다.

법원은 향후 양승태 재판에서 여론의 한가운데 설 것이다. 이미 여론에 밀려 검찰 신세를 진 마당이니 여론의 주목을 피할 도리가 없게 됐다. 3심을 거치는 동안 재판 과정의 공방이 여과없이 공개될 것이다. 법원이 사법권위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쏟아지는 여론의 참견에서 벗어나 법리와 상식에 근거해 떳떳한 재판을 하면된다. 양승태 재판을 정치적 견해에 오염시키지 않을 법관들의 독립의지가 시험대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