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탑동서 폭행, 이송뒤 숨져
法 기각 이유 "사죄·합의 노력"
유족 "범죄자 거리 활보" 울분
법조계 "이해불가 여지 다분해"

법원이 최근 사람을 때려 숨지게 한 피의자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피해자 유족들이 반발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재판부가 국민 감정과는 별개로 고의적이거나 파렴치한 범죄가 아닐 경우 구속영장을 발부하지 않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8일 수원서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15일 오전 5시께 수원시 탑동의 한 횟집 앞에서 평소 지인 관계였던 A(56)씨와 B(54)씨가 술에 취한 채 말다툼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A씨가 B씨의 얼굴을 주먹으로 때렸고, B씨는 이 충격으로 바닥에 넘어지면서 머리를 땅에 부딪혔다. B씨가 쓰러진 이후에도 A씨는 B씨의 배를 발로 밟는 등 폭행을 이어갔다.

수차례 폭행에 정신을 잃은 B씨는 인근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았지만, 당일 사망 판정을 받았다. 구두상 직접사인은 '복강내출혈', 복부를 맞아 내장이 파열돼 사망에 이르게 된 것.

A씨는 최초 경찰 진술에서 "B씨가 스스로 넘어져 다쳤다"고 거짓말을 했지만, 이를 수상하게 여긴 경찰은 범행 당일 인근 폐쇄회로(CC)TV 등을 확인해 A씨의 폭행 사실을 입증했다.

경찰은 폭행치사 혐의로 A씨를 긴급체포한 뒤, 16일 검찰에 A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검찰도 당일 법원에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그러나 법원은 17일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수원지법 홍진표 영장전담부장판사는 "혐의 내용은 무겁지만, 피의자의 일정한 직업, 주거 및 가족관계, 현재까지의 수사경과에 비춰 사실관계에 관한 객관적 증거자료는 확보된 것으로 보이는 점, 자신의 범행을 자백하고 반성하면서 유족 측에게도 사죄하고 합의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하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영장 기각 이유를 밝혔다.

이어 "앞으로 있을 수사와 재판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하는 점 등을 종합해 고려하면, 현 단계에서는 피의자를 구속해야 할 사유와 상당성이 있다고까지는 보기 어려운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결정에 B씨 유족은 "사람을 때려 죽인 범죄자가 어떻게 거리를 마음대로 활보하고 다닐 수 있느냐"며 울분을 토했다.

이에 대해 수원 광교의 한 변호사는 "영장 발부는 전적으로 법원의 판단에 맡길 수밖에 없다"면서도 "불구속 상태에서 피의자가 합의 노력을 더 기울일 수 있겠지만, 유족들의 입장에선 이해가 되지 않을 여지가 다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배재흥·손성배기자 jhb@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