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동 기우회 회장은 지난해 12월 관 주도로 운영돼 왔던 기우회를 '민간 주도 자율단체'로 전환하고 2019년 새로운 변화를 추진하고 있다. 신임 김 회장은 "민 주도로 기우회가 동요없이 당당하게 나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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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년간 경기도내 기관장과 학계·언론계·종교계 등 각 분야의 오피니언 리더 200여명의 모임으로 운영돼 온 기우회가 2019년 새로운 도약을 꿈꾸고 있다.

기우회는 매월 1차례씩 모임을 열고 정책대안 제시, 사회봉사 등의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지난해 7월 업무를 시작한 이후 기우회 회의에 한 번도 참석하지 않았다.

10월에는 아예 기우회에 탈회서를 제출했다.

 

이어 이화영 경기도 평화부지사, 이한주 경기연구원장 등도 불참을 선언했다.

사교 모임이면서도 관 주도로 운영돼 왔던 '기우회'는 잇따른 회원들의 탈퇴로 존립 자체가 위협받는 것 아니냐는 우려 목소리가 높았다.

하지만 우려는 기우였다. 되레 변화의 단초가 됐다.

기우회는 지난해 12월부터 '민간 주도 자율단체'로 전환하고 신바람을 타고 있다. 이는 김훈동(74) 신임 회장이 있어 가능한 일이었다.


김 회장은 이 지사의 공식 탈퇴 이후 지난해 11월 기우회 모임에서 기우회 존립과 회원 지속 여부 그리고 존립한다면 운영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회원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제안했다.

설문조사결과 회원 90% 가까이가 기우회 지속을 원했고, 응답자의 90% 역시 계속 참여할 의사를 전했다.

문제는 회장을 선출해 현재 방식을 고수하느냐와 1조당 17~18명으로 구성된 조 모임(총 12조)으로 나눠 운영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6대 4 정도로 갈렸으나 끝내 회장 선출로 의견을 모았다.

같은 해 12월 회칙을 개정, 새롭게 선출할 수 있는 조항을 삽입하고, 경기도청 총무과에서 운영한다는 조항을 삭제했다.

그리고 김훈동 대한적십자사 경기도지사 회장을 신임 회장으로 선출했다.

김 회장은 "이 지사가 탈회했으나 송한준 경기도의회 의장, 이재정 경기도교육감, 염태영 수원시장 등은 지속적인 활동을 선택했다"며 "특히 '기우회를 관이 아닌 민이 주도하는 것도 바람직하다'며 휘청일 수 있는 상황에서 든든한 바람막이가 돼줬다"고 현재의 기우회가 이어나갈 수 있었던 든든한 후원자를 소개했다.


칭기즈칸 속담 '성을 쌓으면 망한다'를 빗댄 그는 "기우회가 그 동안 소통을 이야기하면서 안주해왔던 점을 간과할 수는 없지만, 되레 변화의 순간과 계기가 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우회의 사회적 역할도 분명하다고 설명하면서 "회원들의 면면을 보면 인력 풀이 상당히 좋다"며 "그 동안 외부 강사를 초청해 진행됐던 방식도 올해부터는 내부 인력이 맡아 진정한 소통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운영 계획을 밝혔다.

기우회는 모임이지만 묘한 생명력을 갖고 있다.

고정 회원이 아니라 일부 선정된 기관장의 임기가 지나면 새로운 인물로 바뀌기 때문이다. 그래서 멈춰있는 호수가 아닌 계속 흐르는 강과 같은 역동성마저 느껴지는 모임이다.

때문에 기우회에서 경기도의 정체성, 문화 및 내재된 힘을 보여줄 수 있다면 승진 등으로 정부부처 등으로 자리를 옮긴 전 회원들이 음으로 양으로 도움을 줄 수 있지 않겠냐는 것이 김 회장의 확고한 생각이다.

변화의 바람은 이미 시작됐다. 지난 1월 월례회의 초청강연자는 기우회 2조 소속인 염태영 수원시장이 맡았다. 소통을 강조하며 시민 중심 행정, 거버넌스 행정을 실천하는 염 시장이 민간주도로 변한 기우회의 성격과 맞는다는 생각에서 결정된 일이었다.


염 시장은 '왜, 자치분권인가?'를 주제로 강연을 펼쳤고, 참석자들도 이전 모임과 색다른 느낌이었지만 너무 좋았다고 평가했다.

특히 오전 7시 15분에 시작되는 강연회에 참석자들이 보다 흥미를 갖을 수 있도록 음악 공연 등 경직되지 않는 운영 방식도 도입할 예정이다. 1월에는 성악 공연이 진행됐다.

취임식에서 밝힌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부드럽고 자유로운 분위기의 기우회를 만들겠다'는 구상을 실천에 옮긴 것

이달 월례회의 강연자는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으로 '4차 산업에 맞춘 새로운 경기 교육'을 소개할 예정이다.

앞으로 기우회는 전문 외부 강사를 부르지 않고 시기적으로 이슈가 되는 사안들을 결정하고, 기우회 내부에서 그에 맞는 전문가가 맡아 월례회의 강연자로 선정해 강연회를 이어나간다는 계획이다.

또 전문가들이 PT 방식으로 진행했던 강연 방식도 책자 등을 만들어 그 자리에서 공유하고, 향후 월례회의 자료를 모아 책자로 만들 계획도 가지고 있다.

그 동안 폐쇄적 운영을 지양하고 문호를 개방할 계획도 갖고 있다.

김 회장은 "결원이 발생할 경우 각 조 간사 12명이 간사회의를 통해 추천받은 기관 등을 심의한다"며 "그 동안 폐쇄적 운영을 지양하고 문호를 개방해 기우회에 활력을 불어넣고 싶다"는 소망도 전했다.


김 회장의 신선한 행보는 그의 이력에서 읽어볼 수 있다.

농민신문 편집국장, 농협경기지역본부장, 경기도경제단체연합회 부회장, 신용보증기금 상임감사, 한국예술단체총연합회 감사 등 사회 전 분야에 걸친 다양한 기관에서 활동한 경력이 뒷받침 됐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2013년부터는 대한적십자사 경기도지사 회장을 맡고 있다.

2019년 기해년 첫 달의 기우회의 월례회의는 경기도 공직자 도움 없이 회원 스스로 만들어간 첫 발이다. 수장으로서 부담감도 많겠지만, 그는 회장 자리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점을 강조한다.

다만 민 주도로 기우회가 동요없이 당당하게 나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목표만 있을 뿐이다. 김 회장은 취임 인사에서 "임기가 1년이지만 6개월만 맡고 더 연부역강(年富力强) 한 분에게 바통을 넘기겠다"고 밝힌 바 있다.

관에서 민이라는 새로운 옷으로 갈아입은 기우회. 그리고 첫 수장을 맡은 김 회장은 "남이 닦아놓은 길만 따라갈 게 아니라 새로운 길을 내야 한다"며 기우회의 방향성을 만들어나 갈 계획이다.


대한적십자사 경기도지사 회장이기도 한 그는 "경기도지사는 많은 인도주의 활동 부문에서 선도적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 올해도 경기도민 2만여명이 참석하는 제17회 '1m1원 자선걷기'를 비롯해 기업을 대상으로 한 모금 상품인 '씀씀이가 바른 기업', 매달 정기 후원을 해주는 '희망나눔명패' 등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또한 평화와 화해의 시대를 맞아 이산가족들의 염원을 해소하도록 노력하고, 15만7천여 이산 가족 중 생존한 5만7천여 이산가족의 전면적 생사확인 및 상봉을 위해 노력해 가기로 했다.

무엇보다 올해는 국민적 신뢰를 구축하는 원년의 해로 삼고, 국민과 접점에 있는 재난구호, 사회봉사, 청소년적십사 사업 활성화를 통해 적십자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고 적십자의 위상을 재정립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재난 대응능력 고도화를 위한 전문인력 양성, 고독사, 노인빈곤, 난민 등 사회문제에 대응해 복지사각지대에 있는 이웃 돌봄, 청소년의 생명 나눔의 가치를 배울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만들어 인도주의 정신을 전파해 나갈 예정이다.

김 회장은 "현재 자리에 만족하지 않고 항상 변화를 통해 발전해 나갈 것"이라며 "도민이 스스로 참여하고 적십자를 통해 어려운 이웃은 도움의 희망을 얻고, 도움의 손길을 뻗은 사람은 만족감을 가질 수 있도록 시스템을 바꿔 나가고자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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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최규원기자 mirzstar@kyeongin.com

■김훈동 기우회 회장은?

▲ 1944년 수원 출생

▲ 1969년 서울대학교 농과대학 졸업

▲ 1980년 농협대학교수

▲ 1998년 농민신문 편집국장

▲ 1999년 농협경기지역본부장·경기도경제단체연합회 부회장·경기도체육회 유도회장

▲ 2001년 신용보증기금 상임감사

▲ 2008년 한국예술단체총연합회 감사

▲ 2013~현재 제32·33대 대한적십자사 경기도지사 회장

▲ 2019년 기우회 회장

# 저서: '금융마케팅시대 예금유치공식, 튀는 금융세일즈맨,  금융마케팅' 외 2권, '새콤달콤 예술이야기' 등 칼럼집 4권,  '우물안개구리가 그 물을 제일 잘안다' 등  수필집 2권, '우심'·'억새꽃' 시집 2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