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대치로 1월 임시국회를 열지 못한 여야는 2월 임시국회 의사일정도 합의하지 못한 채 오는 6일까지 장기간 연휴를 보내게 됐다.
더불어민주당은 자유한국당에 대선불복 프레임을, 한국당은 민주당에 재판불복 프레임을 각각 걸며 공세 수위를 최고조로 끌어올린 상황이어서 연휴 이후에도 원활한 국회 운영은 불투명해 보인다.
두 거대 양당은 민생입법 과제를 방치한 채 애초 전날이 시한이던 선거제 개혁 합의처리마저 지키지 않고서 서로 부정하거나 전면 동의하기 어려운 프레임을 뒤집어 씌우면서까지 무한정쟁으로 치달아 민생국회와 타협정치 실종이라는 비난을 자초하고 있다.
용산역에서 열린 민주당 현장 최고위원회의는 한국당을 향한 분노로 가득 찼다.
이해찬 대표는 "한국당의 대선 불복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며 "대선이 끝난 지가 언제인데 이제 와서 대선 불복을 이야기하는 그런 당이 어떻게 있을 수가 있느냐"고 했다.
그는 "대선 불복을 어떻게 한단 말이냐. 여러분의 당 대표였던 사람이 탄핵당했다"면서 "탄핵당한 사람들의 세력들이 감히 촛불혁명으로 당선된 대통령을 대선 불복으로 대한단 말이냐"고 격노했다.
홍영표 원내대표도 "대선을 부정하는 것은 국민을 배신하는 것"이라며 "한국당은 국회 문을 열어서 민생을 논의하고 일하는 국회를 만드는 데 앞장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대표나 홍 원내대표가 '대선 불복'이라는 용어를 꺼내서 한국당을 이렇게 공격했지만, 정작 한국당은 공식적으로 당을 대변한다고 볼 수 있는 지도부 차원에서 대선 불복을 입에 올린 적이 없다.
민주당의 공격에 맞서 한국당은 대선결과의 정당성에 관한 의문 제기에 따른 민심의 역풍을 차단하면서 김 지사 판결을 '적폐세력의 보복 판결'이라고 규정한 민주당이 재판 불복에 나섰다고 되치기를 시도했다.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비상원내대책회의에서 "우리는 대선 불복 프레임이 아니다. 진실을 규명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을 향해선 "재판 불복을 넘어 헌법 불복"이라며 "2심을 뒤집기 위해 사법부를 압박하고, 그렇게 해서 원하는 결론을 만들어내려는 행위"라고 꼬집었다.
그는 다만 "댓글 조작으로 최대 혜택을 받은 사람은 문재인 대통령"이라며 "문 대통령은 김 지사로부터 보고를 받아 이 사건에 대해 알고 있었는지 말해줄 것을 촉구한다"고 언급했다.
정용기 정책위의장은 "소위 '문빠'(문재인 대통령의 열렬한 지지자를 속되게 부르는 말)라고 하는 세력들의 재판 불복 여론몰이가 가히 목불인견"이라며 "나라다운 나라가 아니라 이상한 나라가 됐다"고 비꼬기도 했다.
"삼권분립이란 게 절대 간섭 말아라가 아니다. 판결에 대해 불만을 표하거나 평가하는 건 가능하다"(박용진 의원), "삼권분립은 너, 나, 걔가 서로 신경 쓰지 말자는 게 아니라 적절한 견제와 균형을 통해 마땅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재정 의원)이라는 입장 표명이 대표적이다.
바른미래당은 이러한 민주당과 한국당을 싸잡아 비판했다. 거대 양당의 소모적인 충돌로 국회가 멈춰 서고 개혁 과제가 뒷전으로 밀렸다고 질타했다.
김관영 원내대표는 당 회의에서 김 지사 판결 후 민주당 대응에 대해 "삼권분립을 부정하려는 듯한 매우 무책임하고 위험한 발언을 내뱉고 있다"면서 "과연 국정 운영을 책임지는 여당이 맞나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당에 대해서도 "의혹 부풀리기에만 매달려 의도적으로 선거제 개혁을 회피하고 민생도 외면하는 등 여당과 함께 국회 보이콧을 공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민주당 지도부는 용산역에서, 한국당 지도부는 서울역에서 각각 귀성인사를 했다.
또 바른미래당 지도부는 용산역 앞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정당득표율에 정비례하는 의석배분 선거제도) 도입 필요성을 알리는 '손다방' 이벤트를 했고, 민주평화당은 광주 송정역에서 귀성객을 맞이했다.
서울역에서 귀성인사를 한 정의당은 경남 창원 성산 보궐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여영국 후보를 지원하기 위해 오후 창원중앙역에서 행사를 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