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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화성시 우정읍 한 축산농가에서 화성시청 축산과 방역 관계자가 한우에 구제역 예방 백신 주사를 놓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안성에서 발생한 구제역에 대응하기 위해 실시한 전국 소·돼지 1천340만마리에 대한 긴급 접종이 끝났다고 3일 밝혔다. /임열수기자 pplys@kyeongin.com

전량 영국·러시아산등 의존 지적에
2011년 개발나서 '백신주' 특허출원
특수시설생산공장 2020년 완공 예정
'단백질 구조 재조합형'은 임상 완료

수입산과 효능 비교 아직 확인안돼
항체 형성 '개체별 특성差'도 관건


구제역 백신 접종률이 100%에 달하지만 또다시 구제역이 발생하면서 백신에 효능이 없다는 '물백신' 논란이 일고 있다. 항체 형성률이 96%에 달함에도 불구하고, 축산농가 현장에서는 약발이 먹히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지금의 구조에서 탈피해, 국내 풍토에 맞는 '국산 백신'을 개발·사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 그래픽 참조

■ 국산 구제역 백신 어디까지 왔나


경기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도내 우제류 260만마리에 대한 구제역 예방접종이 완료됐다. 당시 조사에서 소의 96%, 돼지의 76%에서 구제역 항체가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소의 경우, 거의 모든 대상에서 구제역에 저항할 수 있는 항체가 형성된 셈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지난달 말 안성의 농가에서 구제역이 발생했고, 또 이 농가 역시 지난해 10월 백신 접종을 완료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백신 효능에 의문을 제기하는 '물백신'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2010~2011년 전국적으로 348만마리의 우제류를 살처분하는 최악의 구제역 사태가 발생한 뒤, 정부는 구제역 대응 방식을 '살처분'에서 '백신 접종'으로 선회했다.

문제는 이 백신이 전량 영국·러시아·아르헨티나 등의 수입 백신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국내 환경에 적합한 '국산 백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계속 제기돼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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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백신 개발이 본격화된 것은 지난 2011년이다.

이에 따라 2010년 1월 포천에서 발생한 A형 구제역과 같은 해 11월 안동에서 발생한 O형 구제역을 이용해, 퇴치 백신을 만들 수 있는 무병성 바이러스인 '백신주'를 개발했고 백신주인 '안동주'·'포천주'에 대한 특허 출원도 마친 상태다. 다음 과제는 특수 차폐 시설(BSL-3)을 갖춘 생산공장이다.

백신을 생산하기 위해선 세포를 배양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바이러스가 외부로 새어나가지 못하도록 하는 생산 기반이 필요하다.

이와 관련해 농림축산식품부 김현수 차관은 "국산 백신 개발은 공장을 설립하는 것이 올해 시작된다"고 지난달 29일 밝혔다. 이르면 2020년 백신 생산 공장이 완공될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도 바이러스를 이용한 기존 백신 외에 단백질 구조를 분석해 조합하는 방식의 국산 백신도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국내 일부 업체가 개발한 단백질 구조 재조합 백신은 임상실험을 거쳐, 실제 소에 접종하는 공격적 접종 실험까지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단백질 구조 재조합 백신은 위험성이 낮고 비용이 적게든다는 것이 장점으로 꼽힌다.

■ 국산 구제역 백신의 한계와 과제


국산 백신이 상용화·대량 생산에 성공한다고 할지라도 기존 수입산 백신보다 효능이 있을지는 아직까지 확인되지 않았다. 정부도 '물백신' 사태의 원인을 '개체에 따른 특성'으로 분석한 상태다.

백신 접종이 이뤄져도 개체에 따라 항체 형성에 차이를 보여, 구제역이 감염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농림부 측은 "2018년부터 소와 돼지에 공통적으로 'O1 Manisa + O 3039'와 'O Primorsky'를 사용하고 있다. 구제역 세계표준연구소와 검역본부의 자체 매칭 결과, 이번에 안성에서 발생한 'O/MESA/Ind-2001e 유전형' 구제역에 백신이 효능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다만,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방식에서 탈피해 국산 백신이란 대체제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은 장점으로 꼽힌다. 지난 2017년에는 영국의 구제역 백신 제조사인 메리알로부터 백신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며 방역 공백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국산이냐 수입산이냐 백신의 출처에 대해 집중하기보다 접종 방식을 철저히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구제역 백신은 섭씨 2~8℃ 사이에 보관하고, 상온에서 2~3시간 안에 사용해야 하는 등 관리규정이 까다롭다. 게다가 주사를 맞은 우제류가 조산(早産)하는 부작용으로 농가가 접종을 꺼리는 문제도 있다는 것이 현장의 분위기다.

경기도 방역 관계자는 "농가에서 직접 접종하다 보면 일부를 제외하고 접종을 한다던가 제대로 접종을 하지 않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현재 50마리 미만 소규모 사육농가에 수의사가 백신 접종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을 50마리 이상 전업농까지로 확대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오고 있다.

/신지영기자 sjy@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