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새해 국정연설에서 언급한 북한 관련 부분은 지난해 보다 크게 줄었다. 영어 글자 수로는 540자로 작년(2천483자)의 약 5분의 1 수준이었다.
그러나 '톤은' 부정적 내용에서 긍정적 분위기로 180도 달라졌다. 작년에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과 인권을 지적하며 날 선 비판을 쏟아냈지만, 올해는 위협 감소와 관계 개선, 2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에 방점을 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연설의 후반부에서 국가안보와 외교이슈를 거론하며 "대담하고 새로운 외교의 일환으로 우리는 한반도의 평화를 위한 역사적인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면서 북한 문제를 거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에 억류된 인질들이 돌아왔고 북한의 핵실험은 중단됐으며 15개월 동안 미사일 발사가 없었다면서 "내가 대통령으로 선출되지 않았다면 우리는 아마도 지금 북한과 큰 전쟁을 벌이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쟁 위협을 막아냈다고 자찬한 이 대목에서 사전 배포된 연설 원고에는 '아마도 지금 북한과 큰 전쟁을 벌이고 수백 만의 사람이 죽었을 것'이라고 돼 있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수백만 명이 죽었을 것이라는 부분은 읽지 않았다.
자신 때문에 전쟁이 나지 않았다는 취지의 발언에 공화당 의원 쪽에서 박수가 나왔고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7∼8초가량 지켜보다 2차 북미 정상회담과 관련한 언급으로 넘어갔다.
트럼프 대통령은 2차 북미 정상회담과 관련, "아직 할 일이 많이 남아 있지만, 김정은 위원장과의 관계는 좋다"며 "김 위원장과 나는 27일과 28일 베트남에서 다시 만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언급은 '굵고 짧게' 대북외교 성과를 과시하며 한반도 평화를 향한 노력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연설에선 한반도, 북한이라는 언급이 각각 한 번 나왔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차례 언급됐다. 작년에는 북한이라는 표현이 7번 등장했다.
그러나 북한을 언급한 횟수는 지난해가 훨씬 많았지만, 질적인 면에선 크게 달랐다. 올해 연설은 북한의 핵 위협을 강조한 작년과 비교할 때 1년 만에 내용이 180도 바뀌었다.
국정연설은 미 대통령이 연초에 국가의 전반적 현황을 설명하고 이를 토대로 국정 운영 청사진과 정책을 제시하면서 여기에 필요한 입법적 수단을 강구해줄 것을 의회에 요청하는 수단이다.
헌법에 규정된 대통령의 의무이자 미 정치권의 오랜 전통이기도 하다. 형식상 의회를 대상으로 하지만 TV로 중계돼 사실상 국민을 향한 메시지인 셈이다.
이런 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국정연설에서 대북외교 성과를 제시한 것은 정치적으로 북한 비핵화를 외교 실적으로 강조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
앞서 백악관은 지난달 20일 트럼프 대통령 취임 2주년을 맞아 지난 2년간의 실적을 정리한 자료에서도 1차 북미 정상회담을 주요 업적으로 내세운 바 있다.
백악관은 이 자료를 통해 여러 분야의 성과를 소개하면서 '해외에서 미국의 리더십 회복' 항목에서 북미 정상회담을 통한 한반도 긴장 완화를 가장 먼저 치적으로 꼽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북핵 위기가 자신의 집권 이후 크게 해소됐다고 강조해왔다. 지난달 20일에는 트위터에서 "지금과 비교할 때, 오바마 정부 말기에 우리가 어디에 있었는지를 생각해 보라"고 말했다.
그간 밝힌 입장에 더해 이날 국정연설 발언은 북한 비핵화 회의론에 대한 반박이자 적극적인 해명으로도 풀이된다.
미 정보기관 수장들은 지난달 29일 상원 청문회에서 북한의 비핵화와 관련, 회의적인 견해를 내놓았다.
댄 코츠 국가정보국(DNI) 국장은 북한이 핵무기를 완전히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평가한 데 이어 국방정보국(DIA) 수장인 로버트 애슐리 중장도 "1년 전 존재했던 (핵) 역량과 위협이 여전하다"고 밝혔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정보당국의 평가를 무시하는 발언을 내놓았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3일 방송된 CBS 방송 프로그램 '페이스 더 네이션'과 인터뷰에서 정보당국의 회의적 분석과 관련, "정보국장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데, 그럴 가능성이 있지만, 우리가 (비핵화에) 합의할 가능성도 매우 크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디지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