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초과 세수(稅收)가 사상최대인 25조4천억원을 기록하면서 말들이 많다. 기획재정부가 8일 내놓은 '2018년 세입세출 마감결과'에 따르면 작년 국세 수입 실적은 293조6천억원으로 정부의 당초 세수 추계치를 9.5%나 초과한 것이다. 소득세와 법인세 초과징수가 대표 사례이다. 소득세 수입은 정부 예상치보다 11조6천억원을 초과했는데 작년 4월 양도세 중과 시행에 따른 '세금폭탄'을 피하고자 주택과 토지를 매각한 이들이 급증한 때문이다. 반도체 수출 호조로 법인세는 7조9천억원이나 더 걷혔다. 반면에 나라의 가계부는 최근 4년 연속 흑자인데 2016년부터는 흑자규모가 눈덩이처럼 커졌다. 정부가 쓰고 남은 돈인 세계잉여금은 작년 13조2천억원으로 11년 만에 가장 많다. 서민경제는 갈수록 어려운데 정부 홀로 지갑이 두둑하니 비난이 봇물인 것이다.

정부는 이듬해에 얼마나 세금이 징수될지를 추산한 뒤 이를 바탕으로 예산을 편성해 매년 9월 국회에 제출한다. 아무리 정교한 추계모형을 적용해도 실제로는 수많은 변수들이 불거져 추계와 실제 세수간의 괴리는 불가피하다. 더구나 최근 들어 거시경제와 세수 흐름이 엇갈리면서 추계가 훨씬 어렵다. 1990년대까지는 물가를 반영한 경상성장률과 국세수입 증가율이 유사한 흐름을 보였지만 2013년 이후 경상성장률은 45%대 수준을 유지한 반면 국세수입 증가율은 -0.511%까지 들쭉날쭉이다. 법인세, 부동산세 등 경기변동에 민감한 세수가 전체 세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늘고 고소득자와 초(超)대기업에 대한 세수 의존도도 커졌다.

그러나 이 같은 현실적 한계를 고려해도 3년 연속 수십조 원의 초과세수가 발생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2012년부터 2015년까지 4년 연속 세수결손 후 부터 정부가 세수전망을 지나치게 낮게 잡았던 것이 원인으로 지적된다. 박근혜 정부 때 기재부가 세수전망을 낙관했다가 세수펑크를 겪은 이후 세수추계를 보수적으로 하고 있는 것이다. 주먹구구식(?) 본예산 편성과 남은 돈을 추가경정예산으로 소진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정부의 재정운용 미숙이 딱하다. 작년 하반기부터 내수경기 둔화로 재정지출 확대가 당연했음에도 거꾸로 정부는 시중의 유동성을 흡수하는 긴축정책을 실시하는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향후 내수 진작을 위한 민간의 마중물 증가 요구도 물 건너 간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