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21201000594000027891.jpg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사법농단 세력 및 적폐 청산 대책위원회 위원장이 12일 오후 국회 당대표회의실에서 열린 대책위 회의를 마치고 복도를 걸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농단 사건에 연루된 현직 판사의 탄핵을 추진해온 더불어민주당이 탄핵 소추의 범위를 5∼6명 수준으로 최소화하는 기조를 유지하기로 방침을 세웠다.

민주당은 2월 임시국회 의사일정이 나오는 대로 탄핵 소추 대상 판사 명단을 공개할 계획이다. 검찰이 사법농단 의혹에 대한 수사를 종료하는 시점을 고려한 스케줄이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12일 연합뉴스 통화에서 "법관 탄핵을 5명 정도로 아주 소수만 하기로 했다"며 "세간의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판사들일 것"이라고 밝혔다.

다른 관계자는 통화에서 "탄핵은 최악의 경우에 동원하는 수단으로, 범위를 넓혀서 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라며 "사법의 독립 등을 고려해 최소치로 하는 게 맞는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전했다.

민주당 사법농단 및 적폐 청산 대책위원회 위원장인 박주민 의원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법관 탄핵 범위와 관련해 "5∼6명이다"라고 확인했다.

민주당이 제시할 탄핵 소추 대상으로는 신광렬·이민걸·임성근 서울고법 부장판사, 박상언 창원지법 부장판사, 정다주 울산지법 부장판사 등이 거론된다.

상징적으로 권순일 대법관을 추가하는 방안도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권 대법관이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을 겸임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최종 포함될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관측된다.

내부적으로 개략적인 탄핵 소추 명단을 잠정 확정한 민주당은 늦어도 이달 안에 세부 명단을 발표하고, 사법개혁 과제의 일환으로 2월 임시국회 회기 내 처리를 추진할 계획이다.

민주당은 특히 탄핵 소추 대상자들의 '꼼수 사직'을 막기 위해 명단 발표부터 국회 본회의 가결까지 최대한 신속하게 진행하는 시나리오를 가다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직 판사가 탄핵되면 5년 간 변호사 개업이 제한되지만, 탄핵 절차 전 사직하면 현직이 아니어서 탄핵 대상에서 제외되고 개업도 마음대로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민주당은 불필요한 오해를 불식하기 위해 법관 탄핵 문제와 김경수 경남지사에 대한 재판 지원 문제를 분리해 대응하기로 했다.

일각에선 양 전 대법원장의 비서실에서 근무하고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공소장에도 부적절한 행위를 한 것으로 등장한 성창호 부장판사(김 지사의 1심 재판장) 등을 탄핵 소추 대상에 추가하는 방안이 제안되기도 했으나 실현 가능성은 거의 없다.

김 지사에 대한 유죄 판결과 법정구속에 격앙돼 일련의 사법개혁 과제를 감정적으로 처리하려 한다는 인상을 경계해서다.

이밖에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야 3당과의 공조도 핵심 변수다.

애초 법관 탄핵에 우려를 표시한 자유한국당을 제외하고 여야 4당 간에 물밑 협상이 시도됐지만, 구체적 범위와 일정 등에 관한 입장차가 작지 않아 논의가 지지부진한 상태였다.

당 관계자는 "원칙적으로 한국당을 빼고도 탄핵 소추안의 국회 표결 통과가 가능하다"며 "5·18 망언 비판을 고리로 여야 4당이 힘을 모으고 있는 상황도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민주당 사법농단 및 적폐 청산 대책위원회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회의를 열고 향후 대책위 활동 방향을 논의했다.

애초 오전 예정된 김 지사 판결 문제와 관련한 기자간담회와 오후 유튜브 대국민 설명회는 오는 19일로 일주일 연기했다. 발제를 맡은 전문가의 개인 사정에 5·18 정국을 감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황희 의원은 회의 직후 브리핑을 통해 "사법개혁과 김 지사 재판 대응을 포함한 재판지원으로 위원회를 분리하기로 했다"며 "법관 탄핵과 관련해선 당 지도부 차원에서 해 왔던 (논의의) 흐름이 있기 때문에 위원회에서 결정할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황 의원은 "법관 탄핵 논의는 오늘 안 했다. (위원회가) 이야기를 꺼낼 수는 있지만 결정하는 단위는 아니다"라며 "명단 발표도 여기서 하는 게 아니다"라고 부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