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기업을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들이 잇따라 터져나오면서 벤처기업과 정
치권의 유착 문제가 내년 대선에서 ‘태풍의 눈’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
오고 있다.
사정당국도 벤처기업 비리에 관해 상당한 정보를 축적해 놓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벤처기업과 관련한 새로운 정경유착사건이 언제 어디서 어떻게 터
져나올지 모르는 상황이다.
정현준, 진승현, 이용호씨 사건에 이어 최근에는 ‘수지 김 살해 은폐 조
작 사건’으로 구속된 윤태식(尹泰植)씨가 운영하는 벤처기업에 대한 정·
관계의 비호의혹이 제기됐지만 “이 역시 빙산의 일각”이라는 얘기가 많
다.
사정당국의 한 관계자는 21일 “벤처기업 비리에 본격적으로 손을 대기 시
작하면 여야 정치권은 초긴장상태에 빠져들 것”이라며 “그 규모가 상상
을 초월할 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사정당국이 파악하고 있는 벤처기업 관련 비리는 매우
구체적”이라며 “사정당국은 야권의 중진과 초선의원이 관련된 한 벤처기
업 비리혐의를 포착하고, 이 기업 임원의 증언과 녹취록까지 확보해 놓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벤처기업의 경우 청탁을 들어주는 조건으로 금품을 주었으나 결과가 신
통치 않자 기업 임원이 사정당국에 제보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정당국
은 야권의 다른 중진의원과 모 벤처기업의 관계를 주시하고 있다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잇다.
여권 의원들도 몇몇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사정당국 관계자는 “야권의 비
리의혹이 조직적이라는 느낌이 든다면, 여권의 비리의혹은 개인적인 이속챙
기기라는 특징이 있다”고 전했다.
사정당국은 그러나 벤처기업 비리에 대한 전면적인 수사는 주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선정국에서 벤처기업 비리를 까발려 봐야 수사도 어렵
고, 여야의 정쟁만 촉발할 뿐이라고 판단하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정보가 새 나가, 어느 한 쪽이 이를 활용해 정치공세를 할 경우 사
정당국의 뜻과는 상관 없이 정치권에 격랑이 일 것으로 보인다. 정보를 쥔
여권으로서는 정국 상황에 따라 판도라의 상자 를 개봉하고 싶은 유혹에 빠
질 가능성도 있다.
99년부터 2000년 초까지 우리 사회를 휩쓸었던 벤처 열풍의 이면에서 이뤄
진 신종 정경유착이 2002년 대선에서 어떤 후(後) 폭풍 을 불러일으킬지 아
무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연합>